4
부산메디클럽

[옴부즈맨 칼럼] 부산, 넓고 깊은 보폭으로 걷다 /정익진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3-19 19:29:19
  •  |  본지 30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약속시간 전에 도착해 그곳 주변을 둘러보는 편이다. 지금까지 목격하지 못했던 순간이나 사물의 역사를 만나기 위함이다. 그곳이 낯선 곳이면 더욱 좋다.

걷는다. 차츰 멀어져가는 생각, 점점 몰려오는 생각과 날아온 돌멩이에 맞아 사방으로 흩어지는 생각을 하며 걷고 또 걷는다. 별자리를 옮겨다니며 달무리에 닿기까지 미래에서 현재를 거쳐 과거의 소실점을 향해 걷는다. 봄이다. 숨이 멎을 듯 난분분 떨어져 휘몰아치는 벚꽃잎을 온몸에 새긴 후에 녹색의 눈동자와 같이 반짝이는 나뭇잎 그늘을 지난다. 빨갛게 노랗게 달구어진 잎들이 날아와 보도블록 위로 깔리는 그 위를 밟는다. 그리고 겨울 눈 속에 파묻힌 낙엽을 골라내어 입김을 불어넣으며 나는 걷는다. 때론 고양이와 노닐다 저 멀리 다리 위로 팔랑팔랑 날아가는 게 나비든지 잎사귀든지 그 뒤를 무작정 따라 나선다.

기획물 ‘부산을 보행친화도시로’는 광범위하고도 세밀했다. 부산의 장소가 갖는 역사적 배경과 의미를 되새기고 장소명의 어원까지 알려준다. 구석구석 땀이 밴 기사였다. 대동여지도가 떠올랐다. 박태원의 소설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로 착각할 정도다. 두 번째 연재에서 ‘하야리아 미군부대(시민공원)’로 알려진 ‘하야리아’는 원래 인디언 말이고 ‘아름다운 초원’이란 뜻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이야기 공작소- 도란도란’에 등장하는 그 옛날의 이섭교와 세병교를 건너 홰바지, 토곡, 대조리를 지나 물만골에 도착한다.

때마침 부산 시민공원의 숲 조성을 위해 기업들의 통 큰 기부가 있었다는 지난 1월 20일 자 기사를 접했다. 반가웠다. 그늘이 없다는 것은 나무들이 집중되어 있지 않아 숲이 조성되지 않았다는 말이다. 시민공원이 생긴 지가 벌써 몇 년인가. 아직도 맨땅이다. 사막 길인가. 방문객의 발길도 점점 줄어든다는 국제신문의 보도도 있었다. 송상현광장도 아쉽다. 매우 질서 정연하게 서 있는 나무들이 부자연스럽고 역시 그늘이 없다. 하지만 숲을 조성한다는 것이 나무만 심는다고 되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수종에 따른 토양과 토질의 문제 등 고려해야 할 것이 한둘이 아니라는 전문가의 이야기도 들은 바 있다. 그런데도 반드시 숲길이 조성돼야 한다. 보행도시 모드는 생태도시로 좌표 설정을 해야 온전히 작동한다는 깨우침은 당연하다. 국제신문이 공모를 통해 명명했다는 갈맷길도 사후관리가 중요하다는 점을 확실하게 지적한다.

국립해양박물관 도서관엘 한두 번씩 간다. 천장 깊은 도서관에 앉아 책을 읽기 전에 건물을 둘러본다. 박물관 3층 수족관, 규모는 크지 않지만 바다거북과 상어 그 외 물고기들의 느릿한 움직임은 충분히 환상적이다. 아름답다. 몇 년 전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이벤트는 세계해양도서 전시회였다. 신기했다. 해양문화가 그토록 다양하고 무궁무진할줄 몰랐다. 이 박물관의 원장이 쓴 ‘주강현의 세계의 해양박물관’ 기획기사는 해외 유수한 해양박물관을 소개한다. 해양 전반에 대한 전문적이고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우리의 해양발전에 도움 되는 의견들을 제시한다. 부산 영도에 위치한 국립해양박물관을 제1관 영도관, 제2관 북항관 그리고 인근 울산 진해 마산 통영 경주 포항 등지로 확산시켜 융·복합 네트워크로의 운영이라는 확대된 의미를 내놓아 이목을 끈다.
또 다른 기획물 ‘동북아 바다, 인문학으로 항해하다’는 예술적 영감이 가득한 글이다. 소설과 시를 쓸 수도 있겠고 그림은 물론 연극으로 표현할 수도 있겠다. 조셉 콘래드의 소설 ‘로드 짐’, 윌리엄 터너가 그린 항구의 풍경화들, 비제의 오페라 ‘진주 조개잡이’가 떠오른다. 1920년대에 이미 동북아 최대 도시로 떠오른 상하이의 발전사와 일본에 사는 재일제주인의 노력으로 바다를 건너온 감귤 묘목이 제주도의 감귤 생산량을 늘렸다는 이야기들. 인천시 외국인 묘지에 안장된 글로버 베네트의 묘지, 이곳과 관련해 오페라 ‘나비부인’이 탄생했다는 사연들이 흥미로웠다. 초반엔 자리를 잡지 못한 느낌이 들었는데 점점 탄력이 붙어 흥미를 더한다. 곧 절영해안 산책길에 들어설 것이다.

시인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많이 본 뉴스RSS

  1. 1‘마늘’로 만든 춤, 인도네시아 간다
  2. 2출발 좋은 K7프리미어…사전계약 8000대 돌파
  3. 3아! 1타 차…박성현 아쉬운 메이저 준우승
  4. 4부산 유일 최우수 ‘호스피스 완화의료 전문기관’ 선정
  5. 5우정노조 총파업 투표 가결 여부 25일 판가름
  6. 6매직 갈라쇼부터 버스킹까지…세계 정상 마술사들 부산 달군다
  7. 7번호표 거래·가짜 수표 등장…“미계약분 분양 제도 개선을”
  8. 8학교 비정규직 내달 총파업 땐 학생에 빵·우유 제공
  9. 96월 모평 결과 나왔다, 이젠 유사 학과 분석해 합격 가능성 높여야
  10. 10말도, 탈도 많은 북구 명칭 변경…서명에 아파트 경비원까지 동원
  1. 1한국당, '국회 정상화 합의안' 추인 불발
  2. 26월 국회, '반쪽' 정상화…이달 내 추경처리는 사실상 무산
  3. 3‘세월호 유가족 징하게 해쳐먹는다’…차명진 의원 과거 막말 보니
  4. 4여야, 국회 정상화 전격 합의…80일 만에 정상 가동
  5. 5폼페이오, 북미협상 곧 재개 시사 "아주 진정한 가능성"
  6. 6김영춘 의원, 네이버의 지역언론 차별 해결책 요구
  7. 7"트럼프, 방한기간 DMZ 방문 검토 중"…북핵관련 메시지 주목
  8. 8여야대표 국회 정상화 합의 국회 80일만에 정상 가동
  9. 9“자사고 지정 취소 절차 적법성 중요” 당내서 부쩍 제 목소리 내는 김해영
  10. 10한국당, 삼척항 찾아 안보공세 강화
  1. 1출발 좋은 K7프리미어…사전계약 8000대 돌파
  2. 2번호표 거래·가짜 수표 등장…“미계약분 분양 제도 개선을”
  3. 3부산지역 관용차량 르노삼성차 사주기 전개
  4. 4UAE 한국형 원전 정비사업, 국내업체 ‘반쪽수주’
  5. 5“대기업 편법출점 골목상권 잠식…국회 뭐하나”
  6. 6부산해양수산발전포럼, 25일 한국해대서 열려
  7. 7어업재해율, 다른 산업의 최대 12배…‘30세 미만’ 사고는 평균의 3배 육박
  8. 8부산항 컨테이너 물동량, 작년에도 세계 6위 그쳐
  9. 9거창 흉물 미완의 숙박시설…공공임대주택 추진
  10. 10내년 강력 해양환경 규제…저유황유 확보 비상
  1. 1“피트니스 모델 류세비 아닌 뮤지컬배우 박혜민…” 오보에 질책 잇따라
  2. 2부산역 3층서 투신한 일본인 사업가 숨져… ‘51억 추징금’ 신변 비관 추정
  3. 3권성동 1심 선고… ‘강원랜드 채용비리’ 앞선 구속영장 기각 이유는?
  4. 4음주운전 처벌기준 25일부터 어떻게 강화되나, 벌금 최대 ‘2000만 원’
  5. 5감만2동 우암로 잇는 도로 27년만에 첫삽 뜬다
  6. 6음주운전 처벌기준 강화 ‘58년 만’… 최대 무기징역 구형, 면허 정지·취소 기준
  7. 7싸이 참고인 조사 양현석 전 대표 조만간 소환 조사
  8. 8술취한 40대 여성 8층서 창밖 내다보다가 추락사
  9. 92호선 지연 운행… “실검에 2호선 있는거 보니” “반대편 3번, 여긴 0번” 분통
  10. 10‘IMF 촉매’ 한보그룹 정태수 사망설 진실은… 아들 정한근 국내송환 ‘답은 곧’
  1. 1조지나 로드리게스 호날두와 함께한 휴가 “아모레 미오”
  2. 2부산 유일의 남자프로골프단 우성종합건설, KPGA 투어 개최
  3. 32019 코파아메리카, 아르헨티나-카타르전 메시 출격... 전반 1-0 종료
  4. 4부산 연고 첫 여자프로농구단 BNK썸농구단 창단
  5. 5정찬성 7개월 만의 재기… 58초 TKO 승리 ‘좀비처럼 부활’
  6. 6이동국, 얼굴로 받아낸 뜻밖의 ‘득점 찬스’ ... 개인 통산 최다골 219호골
  7. 7김진우 롯데 자이언츠 통한 국내 재기 불발… “입단 테스트 불합격”
  8. 8박성현 1타 제치고 생애 첫 LPGA 우승한 한나 그린은 누구?
  9. 9아! 1타 차…박성현 아쉬운 메이저 준우승
  10. 10'맹추격' 박성현, 아쉬운 1타 차 2위…우승은 그린
강동수의 세설사설 [전체보기]
새해 개천에서 용이 나려면
1919년 그리고 100년, ‘잡화엄식(雜華嚴飾)’을 꿈꾼다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2030엑스포 개최에 관한 간절한 소망
나는 느린 도시가 좋다
기고 [전체보기]
‘국가균형발전 2.0’ 이제부터 시작이다 /김종한
도로교통법 개정안, 소주 한 잔도 단속대상 /류해국
기자수첩 [전체보기]
회동수원지 오염만은 막아야 /신심범
어린이집 종일반 의무화의 이면 /황윤정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나이 듦의 미덕’이라는 어려운 과제
누구를 위하여 ‘경제의 종’은 울리나
김정현 칼럼 [전체보기]
기꺼이 불효를 저질렀습니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국악, 월드뮤직을 꿈꾸며
진흙 속의 진주 국악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예술이란 이름으로 /정홍주
장애학생은 어디로 가야 하나 /최영지
도청도설 [전체보기]
논란의 스펙
BTS와 이우환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낭독의 문화
익산 팸투어의 감흥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영혼 적셔주는 시락국 한 그릇
우동, 일본은 면발 한국은 국물 중시
사설 [전체보기]
소규모 공장 밀집 서부산권 미세먼지 규제책 세워야
14년째 동결 절단장애인 보장구 보조금 불합리하다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정년, 노인 연령 기준 그리고 노인 복지
상대빈곤율 17.4%가 의미하는 것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고흐보다 더 아파보였던 의사
누구나 독대를 꿈꾸는 명화
이홍 칼럼 [전체보기]
창의성, 한국기업의 다음 생존전략
파괴적 정쟁 역사의 데자뷔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부울경 시장·도지사의 바닥 지지율
양날의 칼 양정철
제언 [전체보기]
광안대교, 해양안전 감시시스템 구축을 /이윤석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플래툰과 현을 위한 아다지오
젊음과 신록의 계절 5월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이탈리아 와인의 다양성
와인 숙성과 설렘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1952년 부산 영도 해안
비오는 날 친구를 기다리다
  • 부산관광영상전국공모전
  • 시민초청강연
  • 번더플로우 조이 오브 댄싱
  • 유콘서트
  • 어린이경제아카데미
  • 어린이극지해양아카데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