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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스포츠의 정치화를 경계한다 /윤정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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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9-03-13 19:39:18
  •  |  본지 3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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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단체장의 체육단체장 겸직을 금지하는 내용을 포함한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이 지난해 국회를 통과해 2020년부터 시행된다. 골자는 지방자치단체장이 당연직 회장을 맡고 있는 시·도체육회장에서 물러나도록 하는 것이다. 이에 현재 부산시체육회장인 오거돈 부산시장은 내년부터 시체육회장 자리를 내놔야 한다. 선거 때마다 시·도체육회가 특정 후보의 선거조직으로 악용된다는 일각의 지적에 따라 정치와 체육의 분리 원칙을 반영해 개정됐다.

하지만 체육계에서는 이번 법 개정안에 대해 ‘교각살우’의 우를 범하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질 않고 있다. 회원 수가 많은 일부 생활체육 종목이 각종 선거를 전후해 정치색을 띠었다는 점은 일정 부분 사실에 부합한다. 수만 명에 달하는 동호회는 정치인에게는 매력적인 표밭이다. 생활체육 동호회도 정치인에게 종목 활성화와 예산 지원 등을 요청하면서 서로 이익 관계가 일치했던 측면도 있다.

체육계뿐 아니라 문화계와 상공계 등 각종 사회 집단도 선거 때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해주려는 정치인을 지지한다. 체육계에만 있는 일이 아니다.

이번 개정안은 시민의 정치 수준을 너무 얕잡아봤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치인이 특정 종목에 지원을 해준다고 해서 수만 명의 회원 모두가 그를 지지할 일은 없다. 지역 체육계의 한 인사는 “순수하게 스포츠를 즐기는 동호회 회원들이 정치인에게 굽신거릴 이유가 있느냐”면서 “또 정치인이 지원을 해준다고 표를 준다는 정치권의 인식은 유권자를 너무 우습게 보는 행태”라고 질타했다. 이 때문에 이번 개정안은 체육계의 현실을 모르는 일부 정치인의 피해 의식에서 촉발된 조치라는 주장이다.

이번 법 개정으로 입법 의도와는 달리 엘리트 체육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 섞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엘리트 체육을 육성하는 시·도체육회의 예산을 틀어쥔 상황에서 자칫 시장·도지사 또는 광역의회와 정치적 코드가 맞지 않는 사람이 시·도체육회장이 된다면 ‘블랙리스트’ 또는 소위 ‘체크리스트’가 생성될 우려가 크다. 이는 예산 삭감을 통한 종목의 위축으로 이어져 그 여파로 중·고교·대학 스포츠도 연쇄적으로 붕괴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기업에서 실업팀을 지원하지 않아 90% 이상의 팀이 시와 구·군, 시 산하 공사·공단의 예산을 지원받아 운영하는 상황이다. 만약 선출된 시체육회장이 시장이나 시의회와 정치적 코드가 맞지 않는다면 지원 예산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향후 10년 내 엘리트 체육이 고사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번 개정 법안은 스포츠를 정치에서 분리한다는 취지였지만 오히려 스포츠의 정치화를 가속시키는 악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시체육회는 물론 산하 경기단체들도 한 푼의 예산이라도 더 받기 위해 시장이나 시의회에 치열한 로비를 하는 것은 물론 정치권에 줄을 대는 풍경이 만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 올 연말로 예정된 시체육회장 선출은 내년 총선의 대리전이 되면서 체육계의 정치색이 더욱 짙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생활체육과 엘리트체육이 시체육회로 합쳐진 상황에서 시체육회장 선출 과정에서 파벌과 알력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런 갈등이 총선이라는 대형 정치 이벤트와 결합되면서 체육계 내부의 더 큰 갈등을 키울 불씨가 될 수 있다. 이런 부작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시·도체육회는 선거 대신 대의원 추대로 시·도 체육회장을 선출하자는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정치권 입김이 들어가지 않는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지방자치단체장이 시·도체육회장에서 물러나면서 체육예산이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지역의 유력한 경제인이 시체육회장을 맡아야 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결국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시·도체육회장에서 물러나더라도 정치적 유불리와 관계 없이 공정히 예산을 지원하겠다고 선언이라도 해야 할 판이다. 사실 지역체육 육성의 책임을 지는 것 또한 시장·도지사의 책무가 아닌가.

스포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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