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제품, 착한기업이 각광받는 시대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그림을 소재로 만든 제품은 연예인의 패션 아이템을 넘어 일반인들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제품이 되었고, 폐자동차의 가죽시트로 만들어진 가방은 방탄소년단이 착용하면서 또 한 번 붐을 일으키고 있다. 마트에서도 심심찮게 이러한 제품을 발견할 수 있는데, 대부분 소재나 가공방법, 유통방법과 이익의 사회적 환원방식에서 다른 이들과 차별화되는 착하면서도 혁신적인 사회적기업이 노력한 결과물이다.

흔히 사회적기업(social enterprise)을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며 이를 위해 수익을 창출하는 조직을 말한다. 최근에는 마을기업, 협동조합, 자활기업까지를 사회적경제(social economy)로 묶어 소통과 신뢰, 연대에 기반하는 새로운 경제공동체로 인식하고 있다. 이렇게 사회적경제, 특히 사회적기업의 아이템이 각광받고 있는 것은 기존 기업들의 형식적인 사회공헌이나 사회환원보다 사회적경제조직의 제품이나 서비스 자체의 ‘따뜻함’에 얽힌 스토리텔링에 고객들이 반응하기 때문이다. 또 그들의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해주는 혁신적 모습을 보면 찬사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필자는 사회적기업을 ‘좋은 일하면서 돈 버는 기업’으로 정의한다. 제품이나 서비스 자체의 혁신성으로 그동안 사회가 해결하지 못했던 일들을 해결하는 일도 포함되지만, 반드시 거창한 사회적 목적을 추구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도 담겨 있다. 몸이 불편한 친구를 위한 제품을 만들 수도 있고, 평소 즐겨하던 봉사활동을 조금 더 지속적으로 하기 위한 사회적기업을 만들 수도 있다. 앞서 언급한 제품들도 자신 혹은 지인의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진 아이템이다. 누군가는 그냥 지나쳤을 불편함을 참지 못하고 만들어낸 제품들이다. 누구나 의지만 가지고 있다면 사회적기업가로서의 삶에 도전할 수 있다.

필자는 성장과정에서부터 국가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고 자랐다. 학교에서 급식비를 보조받거나, 장학금을 받으며 커 왔다. 가정형편이 어려웠던 시기에는 기초생활수급자라는 이름 아래 생활비도 보조받았었다. 한때는 그러한 사실들이 부끄럽게 여겨지기도 했지만, 언젠가 그 빚을 갚겠다는 생각으로 덤덤하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전역을 앞두고 무엇으로 그 빚을 갚을까 고민하다 사회적기업가로 활동해보는 것으로 진로를 정했다. 좋은 일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는, 그리고 그 돈을 다시 좋은 일에 쓰는 행위는 내가 진 빚을 조금이라도 갚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미술을 전공했던 터라 미술이나 디자인이 사회적 목적을 실현하는 하나의 도구로써 여러 사람에게 쓰여지길 바랐다. 우리가 가진 디자인 능력을 다른 사회적기업의 활동에 사용해 왔고, 주민들과 소통하는 마을만들기, 도시재생 사업에도 사용해 왔다. 장애인학생들과 함께 수업하며 얻어지는 결과물들을 전시하거나 다른 사회적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우리 디자인을 적용하는 실험들도 진행하고 있다.

우리 삶 속에는 다양한 문제가 있다. 그리고 그 문제들을 발견하고 해결하려는 혁신가들이 있다. 자신 혹은 자신의 가족이나 지인의 불편함으로 출발한 사회적기업은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사회적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의 향상에 기여하게 되고 영업활동에 있어서도 도움을 주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게 된다. 자신의 필요로부터 출발하는 사회적기업은 그 자체로 소셜미션(social mission)이 확립되어 있고 정체성이 분명하기 때문에 쉽게 지치지 않는다. 소셜미션이 구체적이면 창업 아이템과 사업계획이 더욱 확고해진다. 특히 전문분야와 연계하거나 전문성을 갖춘 사회적기업이라면 더 나은 지속가능성과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게 된다.

사회적기업에 관심이 있거나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이면 내가 필요로 하는 분야, 나의 전문분야에서 사회적기업의 가치를 찾았으면 한다. 나의 필요로부터 출발하는 사회적기업은 성장과정에서도 주변의 관심과 필요의 열매를 먹고 자란다. 그들을 향한 소비가 될 수도 있고, 함께하는 동료가 될 수도 있다. 그들을 향한 아낌없는 지지와 응원을 보내주었으면 한다.

디자인디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