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성 질환 환자와 항노화를 꿈꾸는 사람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 줄기세포 치료다. 미국 논문에 따르면 줄기세포 치료는 매년 24.2% 성장해왔고, 앞으로도 매년 이 수치만큼 성장한다고 예상한다. 벌써 치아 분야의 경우 어금니에 있는 치아 줄기세포로 치배(齒胚)를 만들어 잇몸에 심으면 5개월 후 이빨이 다 자란다고 한다. 유럽에서는 에이즈에 걸리지 않는 사람의 골수에서 줄기세포를 배양해 에이즈 환자에게 주입하면 에이즈가 완치된다는 보고도 있다.

충북대 김윤배(수의학과) 교수에 따르면 동물 실험에서 사람 나이 90세에 준하는, 생존이 2~3개월 남은 쥐에게 줄기세포를 주입하면 젊은 쥐보다 수영도 더 잘하고 기억력도 더 좋아지며 뇌경색도 10분의 1로 줄어든다고 한다. 우리 몸은 크게 줄기세포의 성질을 가지는 세포와 그렇지 않은 세포로 구성돼 있다. 전자는 분화와 자가증식의 기능을 갖고 있다.

줄기세포는 크게 배아 줄기세포와 성체 줄기세포로 구분한다. 전자는 난자를 이용하여 여러 가지 세포를 만드는 세포다. 배아 줄기세포를 얻기 위해서는 난자를 파괴해야 하는 윤리적 도덕적 문제와 암세포도 만들어 낼 수도 있는 어마어마한 능력으로 인해 그 사용이 상당히 조심스럽다. 또한 법적인 장벽이 너무 높아 현재로서는 사용이 거의 불가능하다. 후자인 성체 줄기세포는 배아 줄기세포처럼 무한한 능력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윤리적 도덕적 문제에서 배아 줄기세포에 비해 자유로워 대부분의 임상적 연구와 치료에 이용된다.

성체 줄기세포는 우리 몸 어느 곳이나 존재한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성체 줄기세포 추출 장소는 골수와 지방조직이다. 초기 연구와 임상적 접근에서는 골수가 가장 많이 사용됐으나 2000년대 이후 지방조직에도 다량의 줄기세포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곳의 줄기세포를 많이 이용한다. 지방조직은 골수에 비해 동일 단위당 약 1000~1만 배 많은 줄기세포를 갖고 있다.

성체 줄기세포를 또 다르게 분류하면 배양된 줄기세포와 배양되지 않은 줄기세포로 구분한다. 후자는 대부분 골수와 지방조직에서 단순한 효소 처리 후 얻어지게 되는데 이는 단순히 의료 행위의 일부로 간주돼 법적인 문제 없이 의료기관에서 자유롭게 사용된다. 이 중 특히 지방조직에서 얻어지는 것은 지방유래-간질세포(SVF 세포 )라 불리며 현재 많은 대학병원에서 다양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식약처로부터 정식으로 허가 받은 지방유래-간질세포 장비로는 스마트엑스와 휴리셀 등이 대표적이다. 일부 병원에서 지방유래-간질세포를 추출하기 위해 허가 받지 않은 장비와 방법을 이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국민 건강에 상당히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줄기세포 배양을 법적으로 허용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매달 30~40명이 일본으로 줄기세포를 맞으러 간다. 국내에서 지방 줄기세포를 추출해 일본에서 배양한 후 환자가 직접 일본으로 가서 배양된 줄기세포를 맞는다. 100~200㏄ 정도 배양된 줄기세포액을 1시간 정도 맞기 위해 일본까지 가야 하는 수고로움과 막대한 경비가 드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하루 빨리 재생의료법이 통과되어 한국의 우수한 의사 두뇌를 활용하는 선진의료 대국이 되는 날을 기대한다.

우리나라는 줄기세포 치료가 약사법으로 규정돼 있다. 기존 약사법은 대량생산 대량소비 체제에 맞춰져 있어 자료를 대량으로 내야 하며, 개발비가 수천 억에서 수조 원씩 들어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임상시험 신청도 전 임상 단계에서 동물실험 및 임상 1, 2, 3상 등을 요구한다. 그러나 줄기세포 치료는 보통 기존의 치료가 안 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여 대규모 투자를 할 수 없고, 1명을 치료하기에 적합한 선에서 자료를 요구할 수밖에 없어 관련 절차도 달라져야 한다. 그래서 획기적이고 파격적인 첨단재생의료법이 빨리 시행되기를 바란다. 다른 나라는 모두 규제를 풀고 달리는데 우리나라만 구시대의 유물로 묶어 세계 경쟁력에 뒤처지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한가족요양병원 병원장·고신의대 외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