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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인공강우 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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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기후를 조작한다’. 2년 전 개봉된 영화 ‘지오스톰(Geostorm)’의 간판 선전문구다. 그 표현처럼 영화에는 인공위성망으로 날씨를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는 ‘더치보이’란 프로그램이 나온다. 기후변화 탓에 자연재해가 속출하자 세계 정부연합이 이를 막으려고 개발한 장치다. 그런데 나쁜 무리가 이를 악용하면서 지구촌 곳곳에 엄청난 재난이 덮친다. 영화적 상상력이 가미된 것이나, 다소 허황되고 과장이 심한 장면도 눈에 많이 띈다.

물론 기후조작은 불가능해도 국지적으로 기상 상태를 어느 정도 바꾸는 일은 현재 기술로도 가능하다. 인공강우가 대표적이다. 주요 원리는 구름입자를 뭉치게 만드는 것. 즉 습기를 머금은 구름 속에 물방울이 모이도록 ‘요오드화은(Agl)’ 같은 응결핵을 뿌려서 비가 내리도록 한다. 1946년 미국이 첫 성공한 이래 세계 여러 나라에서 관련 실험을 지속해 왔다. 그 중에서도 중국의 기술력은 최고 수준이다. 2015년에는 랴오닝성 인근의 넓은 권역에 비를 내리게 할 만큼 진화가 빠르다.

우리나라는 1995년 기상청이 경북 문경 상공에서 처음 시도했지만 실패의 쓴맛을 봤다. 2017년에는 미세먼지 해결 목적으로 아홉 차례 인공강우에 도전했는데, 다섯 번은 비가 아예 없었고 네 번도 평균 1㎜에 그쳤다. 올해 1월 서해 일원에서의 실험도 별 성과 없이 끝나고 말았다.

그런 인공강우가 다시 관심을 모은다. 그제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과의 공동 실험 추진을 지시하면서다. 미세먼지가 워낙 심하니, 중국의 앞선 기술을 활용하자는 취지다. 한반도 미세먼지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중국과의 공동 연구로 대기 질을 개선하려는 뜻도 담겼을 터다. 하지만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세계적으로 효과가 입증된 사례가 아직 없어서다. 우리 정부 내에서도 “기존 기술로는 미세먼지를 씻어낼 만큼 많은 비를 만들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게다가 습한 구름이 많은 게 기본조건인데 우리나라는 건조한 구름이 주류라는 것도 불리한 점으로 꼽힌다.

앞으로 기술력이 이를 얼마나 극복할지는 몰라도, 전망은 그리 녹록지 않다. 악성 스모그로 몸살을 앓는 중국은 인공강우 기술로도 부족한지, 근래 베이징과 시안 같은 대도시에 초대형 공기정화탑까지 지었다. 주변 일대의 미세먼지 평균 농도가 15% 가량 낮아졌다니 없는 것보다 낫겠지만, 연간 수천만 원의 유지비용이 만만찮다. 그런 노력도 필요하겠지만, 아무래도 미세먼지 오염원 자체를 줄이는 것이 근본적인 대책이다.

구시영 논설위원 ksyoung@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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