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5월 중순 서울에서는 ‘군대 내 적폐 해결’을 주장하는 작은 시위가 열렸다. 참석 인원이 30여 명인 데다 보수성향 단체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집회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래도 이를 지켜보던 남성 시민들 사이에서는 꽤 많은 지지 박수가 터져 나왔다. 단체 성향과는 별개로 병사와 예비군의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시위대들의 목소리가 지당하게 들렸던 까닭이다.

이들이 거리에 나선 데는 당시 인터넷상에서 공분을 샀던 ‘부실 예비군 식단’이 계기가 됐다. 누군가가 올린 6000원 짜리 식사 사진은 밥과 멀건 국에다 젓가락이 쉬이 가지 않을 반찬 몇 가지가 전부였다. 이후 비슷한 사례 제보가 잇따르면서 ‘대한민국 예비군 훈련은 난민 체험이냐’ ‘개 밥만도 못한 식단’ 등과 같은 분노에 찬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군 당국이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선 이후 현재는 예비군 식단이 많이 좋아졌다는 게 훈련 참가자들의 여론이다. 그렇지만 동원훈련 보상비 책정 등 다른 부분에서는 여전히 미흡한 것도 사실이다. 훈련장에서는 수십 년 전에 사용했던 군용품이 예비군에게 버젓이 지급된다. 현역 군인과 다른 신분임에도 휴대전화 사용은 엄격하게 통제된다. 군필자라면 반드시 받아야 하는 훈련이라지만 예비군들의 속이 부글부글 끓어 오르는 이유다.

정부가 마침내 예비군 처우 개선에 나섰다. 육군은 먼저 지난해 1만6000원이었던 동원훈련 보상비를 올해 3만2000원으로 100% 인상하는 한편 2022년에는 9만1000원까지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낡은 철모와 군장 등 개인 장비도 신형으로 교체할 계획이다. 부대별 여건에 따라 점심시간이나 휴식할 때 휴대전화를 쓰도록 하는 방법도 검토 중이다.

올해 예비군 훈련은 지난 4일부터 전국 250여 곳에서 시작됐다. 대상자는 275만여 명이다. 효용성에 대한 논란이 있기는 하나 유사시에 전시임무를 수행하자는 취지에서 생긴 것이 예비군 훈련인지라 소홀히 할 수는 없다. 그런 만큼 의무를 다하는 이들에게 국가가 합당한 대우을 해주는 것은 마땅하다. 동원훈련 보상비만 해도 인상분을 감안하더라도 우리나라는 미국(31만 원), 이스라엘(17만 원)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동서고금 명장들은 병사들을 잘 먹이고, 잘 입히고, 잘 재워야 군사력 상승이 가능하다고 입버릇처럼 외쳤다. 이 말은 현역병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제2의 현역’이라는 예비군에게도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

염창현 논설위원 haore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