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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세이] 속마음을 읽어라, 현미경처럼 /김진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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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3-04 19:41:37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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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라는 속담이 있다. 인간의 마음을 정확하게 안다는 것이 정말 어렵다는 것을 표현한 말이다. 그럼 왜 인간의 마음을 알고 싶은 걸까? 그건 상대의 정확한 마음, 의중을 알아야 대화하고 행동하는 데 오해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첨예한 갈등상황이 생길 때 상대의 마음을 정확히 안다면 협상에서 상당히 유리하다. 국제정세 특히 남·북·미의 관계에서 미국의 의중, 북한의 속을 정확하게 본다면 우리는 훨씬 유리한 입장에서 그 정보를 가지고 우리에게 유리한 협상을 이끌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속을 알기 위해 온갖 첨단과학, 정보기술과 인력이 동원된다.

사람의 속을 아는 것이 중요한 것처럼 재료공학에서도 재료의 속을 정확하게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재료의 속을 재료공학자들은 미세구조(microstructure)라고 말한다. 재료공학의 4대 요소, 즉, 공정(process)-미세구조(microstructure)-특성(properties)-성능(performance)에서도 미세구조가 한 축을 차지한다. 미세구조를 알아야 재료의 특성을 알 수 있고, 미세조직을 바꿔 원하는 특성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쓰는 모든 제품의 미세구조를 살펴보면 비슷한 모양의 제품도 천차만별이다. 속의 차이, 즉 미세구조의 차이가 다양한 특성을 발현하기 때문에 재료공학도는 미세구조 제어에 사활을 건다.

사람 속을 알아내는 것은 정말 어렵지만, 재료의 미세구조는 다행히도 과학·공학기기로 알아낼 수가 있다. 바로 현미경(microscope)이다. 현미경은 우리가 사물을 보는 눈과 같은 원리지만 눈처럼 한 개의 렌즈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고 여러 개의 렌즈와 조리개를 이용해 사물을 크게 확대해서 보는 것이다. 현미경의 해상도는 에른스트 K. 아베(Ernst K. Abbe)의 공식에 의해 사용하는 빛의 파장의 1/2 정도가 된다. 태양빛(가시광선)의 파장은 약 400~700nm 이기 때문에 최대 해상도는 약 200nm(0.2㎛)이고 배율로는 최대 1000배가 한계가 된다.

해상도를 올리기 위해서는 가시광선보다 짧은 파장을 가지는 빛을 써야 한다. 이 빛이 바로 가속전자를 이용한 전자빔이다. 전자빔을 이용한 현미경이 전자현미경이다. 재료공학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전자현미경은 주사전자현미경(scanning electron microscope)과 투과전자현미경(transmission electron microscope)이다. 주사전자현미경은 사물의 표면을 수만~수십만 배 확대할 수는 있지만 그 속은 정확하게 알 수 없다. 반면 투과전자현미경은 200kV 이상의 고전압 하에서 가속되는 전자빔을 사용해 시료 내부를 투과하면서 구성원자들의 종류와 합금상태, 공간 내 배치를 알아낼 수 있게 해준다. 이를테면 ‘재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최첨단 장비이다.

최근의 고성능 전자현미경은 재료의 자세한 정보를 상세하게 알려준다. 하지만 재료의 정확한 정보를 알기 위해서는 전자현미경 관찰에 사용할 수 있는 재료의 시료(시편)를 잘 준비해야 한다. 특히 투과전자현미경에 사용되는 시료는, 제품에서 적절한 크기로 절단하고, 이후 전자빔이 쉽게 투과되어 고해상도의 미세조직 영상을 얻기 위해서 수십 번의 연마과정과 후속과정을 거쳐야 한다. 재료의 속을 정확하게 알기 위해서는 연구자들의 엄청난 노력과 정성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경험적으로 우린 사물을 좀 더 미세하게 보려고 할 때 눈을 가늘게 뜨고 쳐다본다. 중요한 일이 있을 때 우린 ‘매의 눈으로 쳐다봐라!’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는 상대편의 속 마을을 알아내고자 하는 본능적 행동이다.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을 이끌어내려는 것이다. 재료공학에서도 재료의 속을 알아내는 것이 결국 제품의 가치를 높이는 요체이다. 요즘같이 우리 사회의 갈등이 깊을 때, 국제적으로 정세가 혼돈스러울 때 상대편의 속을 정확하게 읽어야 우리 사회의 가치는 더욱 상승할 것이다. 그러나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상당한 노력과 시간 투자는 필수적이다.

울산대 첨단소재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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