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의 메인은 뉴스로 시작한다. 평범한 한국인이라면 하루에 수십 번 네이버를 들락거리며 뉴스를 확인한다. 그런데 말이다. 한 번 떠올려보라. 네이버 메인에서 지역뉴스를 본 적이 있는가? 아마도 큰 사건·사고가 아니라면 지역뉴스를 접한 적은 없을 것이다.

네이버는 지난 2월 중순 사용자들이 더 편하게 검색창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며 뉴스 검색 알고리즘을 바꿨다. 스스로 정한 기준에 따라 뉴스를 평가하고 검색 순위를 매겨 그 결과를 검색 리스트에 반영했다. 그날 이후 지역 언론사의 기사는 메인은커녕 검색에서조차 사라졌다. 가물에 콩 나듯 한두 건이 상단에 걸렸다가 곧장 사라졌다.

심지어 지역에서 일어난 사건·사고조차 이름도 생소한 온라인매체의 기사가 메인을 차지하기도 한다. 지난달 28일 대형화물선이 광안대교에 충돌했다. 부산의 언론들은 속보와 동영상을 재빨리 입수해 온라인에 올렸지만, 네이버의 검색 결과는 서울 언론과 인터넷 매체 일색이었다. 이 사고를 자세히 다룬 부산의 대표적인 언론 국제신문이나 부산일보, KNN의 기사는 한참 뒤져야 찾아볼 수 있었다. 며칠 전 승학산 비탈에서 대형 바위가 굴러떨어졌을 때도 마찬가지 상황이 벌어졌다. 지역을 잘 알고 다수의 인력을 투입해 알찬 기사를 만든 지역 언론은 이유 없이 뒤로 밀렸다.

네이버는 지난해 드루킹 사태로 혹독한 비판을 받고 뉴스 편집에서 손을 뗀다고 발표했다. 이어 모바일 첫 화면에 검색창만 남겨두는 베타버전을 내놓았다. 또 뉴스 이용자가 직접 언론사를 선택하도록 만들었지만, 그 리스트에 지역 언론은 한 곳도 없었다. 이유도 밝히지 않는다. 이 정도면 지역 언론 홀대가 아니라 지역 언론 죽이기이다. 국민의 절반은 지역에 거주하지만, 지역 뉴스는 메인에 노출되지 않는다. 요즘 같은 모바일시대에 지역민이 지역 언론의 기사를 쉽게 접할 기회가 원천적으로 봉쇄됐다. 지역 언론들은 줄기차게 이를 바로잡아달라고 요구했지만 묵살됐다.

네이버는 최근 검색창 첫 화면마저 슬그머니 접었다. 검색창 첫 화면에 대한 반응이 신통찮았기 때문이다. 신통찮았다기보다 사용자들이 네이버를 떠나는 기미를 보이자 부랴부랴 철회한 것이다.

최근 트렌드를 보면 포털은 지고 유튜브가 대세다. 검색 성향도 바뀌었다. 1020세대는 검색조차도 유튜브를 통한다. 지하철에서 6070세대가 유튜브 동영상을 보는 건 흔한 풍경이다.

포털 검색에서 지역 언론이 뒤로 밀리는 것은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유튜브의 추격에 위협을 느낀 네이버가 콘텐츠 제휴 언론사를 앞세워 자신의 트래픽을 올리려는 속셈이라는 거다. 검색 상단은 네이버의 콘텐츠 제휴사들이 차지한다. 기사를 클릭하면 언론사 홈페이지가 아닌 네이버로 접속된다. 자연스럽게 네이버의 트래픽이 증가하는 것이다. 그동안 네이버는 뉴스로 트래픽을 끌어올린 뒤 이를 통해 엄청난 돈을 벌었다. 한 해 전체 지역 언론의 매출액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이 번다. 네이버가 드루킹 사태로 그토록 혼이 나고도 뉴스에서 손을 떼지 못하는 이유는 자신의 이익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여야의원 13명이 공동으로 발의한 법안이 있다. 일명 ‘네이버-지역언론 상생법’이다. 이 법의 요지는 국민 대다수가 이용하는 네이버 등 포털의 첫 화면에 지역 언론 기사를 일정 비율 이상으로 반영하라는 것이다. 포털에 노출되는 뉴스가 중앙언론 일색이라는 불균형과 차별을 개선하라는 거다. 법안이 통과되면 환경이 다소나마 좋아지겠지만 국회가 마냥 저 모양이라 법안이 언제 통과될지 모른다. 답답한 노릇이다.

정치권에 묻는다. 뉴스 배급권을 틀어쥐고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리면서도 국민 절반의 눈과 귀를 가리는 네이버의 횡포를 언제까지 두고만 볼 것인가. 지역 언론이 소외되면 지역 문제를 알지 못하게 되고, 결국 지역 정치인의 존재도 희미해진다는 걸 모르는가. 문재인정부에도 묻는다. 지방분권을 그토록 주창하면서 지역의 언로를 막는 네이버를 방치하는 이유가 뭔지. 이 정권이 과연 분권에 관심이나 있는지. 행여 포털이 우군이라고 생각해 적당히 이용할 요량으로 모른 체하는 건 아닌지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지역 언론들이 요구하는 것은 지역 뉴스에 대한 배려가 아니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 달라는 거다. 정당한 경쟁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달라는 거다. 지역민에게 뉴스 선택권을 돌려달라는 거다.

지금이 포털시대라는 걸 부인하긴 어렵다. 초대형 공론장이고 거대 미디어다. 이곳에는 중앙과 지역의 차별이 없어야 한다.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뉴스 플랫폼을 가진 네이버는 자신이 의도했든 아니든 중앙과 지역을 차별하는 최전선에 있다.

디지털미디어국장 dol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