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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소통하려면 ‘쓴 말’도 경청을 /이승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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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하자던 분이 화를 내더라고요. 소통을 중시하는 분인 줄 알았는데, 우리 이야기는 듣지도 않았습니다.” 홍순헌 부산 해운대구청장을 향해 주민들이 쏟아낸 불만이다.

지난달 26일 홍 구청장은 우3동 주민센터에서 주민들과 대화하던 도중 “제 말도 좀 들어 보시라”며 언성을 높였다. 이날 우3동 주민들은 해원초등학교 앞 주상복합 건물 지구단위 계획 변경 신청을 반려하라며 홍 구청장에게 강하게 항의했다. 그러다가 주민 A 씨가 “홍 구청장이 과거 면담 때 나와 아내에게 화를 냈다”며 딴지를 걸고 나섰다. 그러자 홍 구청장은 당시 상황을 거론하며 “선생님의 말씀을 40분 이상 들었는데, 제가 말을 하려 하자 제대로 듣지 않으셔서 화를 냈다”고 인정했다. 이후 A 씨가 “당시 상황을 녹음했다”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꺼내자 홍 구청장도 “이 자리(이야기)를 우리도 녹음하고 있으니 말 잘하시라”고 엄포를 놓았다. 결국 이날 대화는 홍 구청장과 주민 간 고성만 오간 채 끝났다. 자리에 있었던 주민들은 “홍 구청장 다시 봐야겠다. 주민 마음을 잘 이해하는 분인 줄 알았는데…”라며 놀란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홍 구청장에 대한 불만은 다른 동네에서도 나왔다. 최근 구가 데니스 오펜하임의 유작 ‘꽃의 내부(챔버)’를 설치할 장소를 달맞이길로 정하자 애초 작품이 설치될 예정이던 APEC 나루공원 인근 우2동의 주민들은 불만을 쏟아냈다. 주민들은 “구가 작품 설치지로 달맞이길과 나루공원을 놓고 고민 중이라는 얘기만 들었을 뿐 이후 과정은 전혀 듣지 못했다”며 “설치지를 확정하는 과정에서 우리 의견은 전혀 수렴하지 않았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주민들은 특히 “나루공원 주변에는 의견 수렴 대상이 적다”는 구의 해명이 전해지자 “달맞이길 주민·상인 요구는 들으면서 나루공원 인근 주민은 무시한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정약용 선생의 목민심서 속 ‘노즉수(怒則囚)’와 ‘불환빈 환불균(不患貧 患不均)’이라는 글귀가 떠올랐다. 목민관은 화가 날지라도 분노를 드러내지 않고 마음속에 가둬둬야 하며, 백성은 가난보다 불공정한 것에 분노한다는 말이다. 물론 행정가의 입장에서 질책만 받으니 억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어쩌겠나. ‘단 말’보다 ‘쓴 말’에 귀 기울여야 하기에 행정은 어려운 것이다. 그러니 반성도 목민관의 몫이다.

사회부 thinkboy7@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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