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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제2, 제3의 수직정원으로 ‘도심대개조’를 /이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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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9-02-27 20:10:47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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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출장차 떠난 일본 후쿠오카 텐진에서 흥미로운 건축물을 발견했다. ‘아크로스 후쿠오카’. 우리로 치면 부산문화회관 같은 콘서트홀로, 문화공간만 있는 건 아니고 일반 오피스빌딩까지 결합된 형태의 대형 시설이다. 텐진 대로변에서 보면 여타 건물과 다를 바 없는데, 반대편 잔디광장 입구 쪽에서 바라보면 건물은 하나의 커다란 숲처럼 보인다. 텐진 대로변 쪽은 평범한 오피스 빌딩으로 지었지만, 잔디광장 쪽은 건물 외벽을 계단식으로 나눠 층층이 나무를 심는 독특한 설계를 했다. 건물 외벽은 계단을 타고 산책도 할 수 있도록 개방 중이다. 계속 오르다 보면 도심 속 건물이 아닌 산을 타는 느낌이다.

건물 안으로 들어와 로비에서 계단 숲 쪽을 올려다 보면 유리창 너머로 푸른 나무를 볼 수 있어 실내 인테리어로도 효과 만점이다. 미세먼지가 연일 우리를 위협하는 요즘 같은 시대 주목받는 건축 방식인 ‘수직정원(Vertical Garden)’이다.

수직정원은 부산에도 있다. 지난해 6월 개관한 부산현대미술관 얘기다. 여기엔 탄생 비화(?)가 있다. 현대미술관이 흡사 마트 주차장처럼 보이는 사각 시멘트 건물로 지어지자, 고심 끝에 미술관 측은 프랑스 식물·조경학자인 패트릭 블랑의 ‘수직정원’ 프로젝트를 시행했다. 부산에 나는 175종 4만여 포기의 식물을 건물 외벽에 심어 자라게 하는 수직정원 실험을 한 것. 미술 프로젝트로 ‘신축 건물을 레노베이션’한 일종의 고육지책이었다. 실험은 예상을 넘어섰다. 도심에서 뚝 떨어진, 그것도 서부산 지역에, 볼품없는 건물,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 첫 현대미술관으로서, 난해한 현대미술을 전문으로 다루는 공립미술관은 절대 성공하지 못할 것!이란 예상을 열이면 열 했던 터였다. 하지만 개관전에만 무려 30만 명이 다녀갔으며, 지난해 부산연구원이 뽑은 ‘부산의 히트상품’ 1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아크로스 후쿠오카

이런 부산현대미술관에 몇 달 전 서울시 공무원팀이 대거 다녀갔다고 한다. 미세먼지 대책과 도심 녹화사업의 일환으로 수직정원 프로젝트를 하고자 시찰을 왔다는 것이다. 서울시의 발빠른 대응은 최근 공식화됐다. 종로구 돈의돈박물관마을에 시내 첫 실외 수직정원을 조성한다는 계획이 발표됐다. 수직정원은 아트 프로젝트로서뿐만 아니라 미세먼지 대책으로도 훌륭한데, 부산이 먼저 ‘대히트’를 쳐놓고 후속타는 전혀 고민하지 않는 사이 ‘선수’를 서울시에 뺏긴 느낌이다.

수직정원은 도심 녹화를 위해 그다지 큰 면적(이에 따른 비용도)이 필요하지 않고, 공기 정화나 열섬 감소가 뛰어나며, 단열 효과가 커 에너지 사용량을 줄일 수 있고, 미적 효과도 누릴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판에 박힌 “공기청정기 보급”이나 “차량 운행 제한”같은 미세먼지 대책 대신 ‘도시숲’인 수직정원을 확대하는 프로젝트를 부산시가 먼저 치고나갔더다면 ‘친환경 도시’로서의 비전도 주도할 수 있지 않았을까.

롯데가 2022년 완공할 예정인 부산롯데타워에 위락시설로 공중정원을 만든다고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서부산시청사나 서부산의료원, 문현금융단지 3단계 개발 등 시 공공건축 계획에 환경 개선을 위한 수직정원 프로젝트를 시행해보는 건 어떨까. 이렇게 된다면 공기 정화뿐 아니라 아크로스 후쿠오카처럼 관광명소로도 기능할 수 있다. 민간 건축물이 일정한 녹화 공간을 확보한다면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미세먼지 대책으로 장기적으로 도입해볼 만하다. 뉴욕과 같은 선진 대도시는 수직정원을 넘어 ‘수직농장(Vertical Farm)’에 도전하는 추세다. 도심 내 건물에 농작물을 심고 수확해 도시 환경을 개선하는 것은 물론 미래 식량부족 사태와 다가올 ‘6차 산업’에도 대비하는 프로젝트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오거돈 부산시장이 이끄는 민선 7기는 최근 ‘도심대개조’ 프로젝트를 위해 총괄건축가를 위촉했다고 한다. 토건 사업 위주가 아닌(계획을 보면 이 방향일 것이라 우려가 되지만), 전 세계에 부는 ‘수직 붐’을 활용해 부산이라는 대도시를 친환경적으로 완전히 새로 디자인하는 역할을 하길 촉구한다.

의료과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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