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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차라리 람사르 공약 포기하라 /박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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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하구 람사르 습지 등록 본격 추진. 오거돈 부산시장 “어민 등 이해 관계자 의견수렴에 총력”’.

부산시가 지난해 10월 낸 보도자료의 제목이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거짓말이다. 시는 보도자료를 낸 후 한 번도 어민을 만나 설득한 적이 없다. 오히려 이날 이후 람사르 습지 등록 추진은 ‘올스톱’됐다고 보는 게 정확하다. 20년째 추진과 표류를 거듭하다 지난해 6·13지방선거 당시 오거돈 부산시장의 공약에 채택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된다’는 관계자의 기대감은 절망감이 된 지 오래다. ‘그냥 람사르가 그럴듯해 보여서 공약으로 채택한 것 같다. 최근 시를 보면 습지 생태에 대한 이해도 의지도 없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더욱 절망스러운 것은 ‘또 개발에 밀렸다’는 의심 때문이다. 기자는 지난해 12월 전남 순천만을 취재하면서 현지 전문가로부터 “부산시가 낙동강 개발 때문에 일부러 철새 이야기를 안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때만 해도 기자는 “설마 그렇겠나. 아니다”라고 답했다. 순진했다.

최근 시 안팎에서 람사르를 거론하지 않는 것은 ‘신공항과 교량 신설 때문’이라는 말이 정설처럼 떠돈다. 대저·엄궁대교야 그렇다고 치더라도, 신공항 예정지로 거론되는 곳은 가덕도 남단이라 습지보호구역과 전혀 관련이 없다. 그러나 ‘혹시라도 람사르 때문에 신공항 유치가 실패하면 안 되기 때문에 거론조차 하지 않는다’는 거다. 어처구니 없다. 생태와 환경 보호는 언제나 개발 다음이다.

낙동강 하구를 둘러싼 개발 의지는 다른 곳에서도 엿볼 수 있다. 낙동강 하구 생태의 핵심인 낙동강하구에코센터장도, 부산 환경 정책을 총괄하는 환경정책실장도 토목직이다. 토목직이 맡으면 안 되는 법적 근거는 없지만, 토목 업무는 기본적으로 개발을 전제로 한다. 수십 년 동안 이 같은 업무를 하던 인사가 환경·생태에 대한 철학과 의지가 얼마나 있을지 우려스러운 건 당연하다.
신공항이 필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다. 그러나 람사르 등재 문제가 또 개발에 밀렸다는 것이고, 등재를 공약하고 공언했던 오 시장에 걸었던 기대가 배신감으로 바뀌었다는 이야기다. 기대가 컸던 탓에 실망을 넘어 절망감을 느끼는 것 아닌가. 차라리 오 시장은 솔직하게 람사르 공약 포기를 선언하라.

기획탐사팀 rafael@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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