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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동남권 관문공항과 시시포스 신화 /오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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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9-02-20 19:42:11
  •  |  본지 3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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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원점이다. 무거운 바위를 산꼭대기까지 힘겹게 밀어 올린다. 바위가 정상에 도달했을 무렵 그 자체의 무게 탓에 다시 아래로 굴러떨어진다. 프랑스 실존주의 소설가 알베르 카뮈가 쓴 ‘시시포스 신화’의 내용이다.

일주일 전, 지난 13일 부산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이 김해신공항(김해공항 확장) 재검토 시사 발언을 했다는 뉴스를 접하는 순간 시시포스 신화가 떠올랐다. 대통령의 발언으로 부산 울산 경남(PK)과 대구 경북(TK)에 난리가 났다. 상생 발전을 모색하자던 PK와 TK가 예전처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문 대통령이 이날 부산지역 경제인 오찬 간담회에 참석해 (김해신공항 건설에 대해) “부울경과 대구 경북 등 영남권 5개 시·도의 뜻이 하나로 모인다면 결정이 수월해질 것이고, 만약 생각이 다르다면 부득이 총리실 산하로 승격해 검증 논의를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해 논란이 불거졌다.

‘영남권 5개 시·도 간 합의’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도 요구됐던 단골 레퍼토리다. 이명박 정부는 2011년 3월 동남권 신공항 유치를 놓고 부산(가덕도 신공항)과 대구·경북·울산·경남(밀양 신공항)이 갈등을 빚자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핑계를 대며 신공항 백지화를 선언했다. 영남권 1300만 주민의 반발을 샀다. 이어 박근혜 정부 역시 2016년 6월 가덕도, 밀양 신공항이 아니라 김해공항 확장이라는 어정쩡한 결정을 내렸다. 정치적 계산이 깔렸다는 비판을 받았다.

공교롭게도 2011년 부산시청 출입 기자, 2016년 사회부장을 맡았던 기자로서 신공항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기분이다. 산꼭대기를 향하던 바위가 아래로 굴러떨어지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부조리(不條理)하게도 서울이 아니라 지방에 산다는 이유로 천형(天刑)을 받은 것 같다. 그리스신화 속 시시포스가 신(神)으로부터 형벌을 받은 것처럼. ‘(중앙 정부는) 지방 촌놈이 새벽 4시에 일어나 캐리어를 끌고 택시와 KTX를 타고 인천국제공항을 이용하면 된다는 식의 지방 홀대 정책을 추진해왔다’. 부산시의회 해양교통위원회 최도석 시의원이 최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100% 공감이 가는 지방의 서글픈 현주소다.

김해국제공항에서 갈 수 있는 노선은 멀어야 괌, 싱가포르 정도. 글로벌 시대, 지구촌 시대에 견줘보면 ‘국제’ 공항이라는 이름이 무색하다. 미국이나 유럽 같은 장거리 노선을 이용하려면 인천국제공항에 가야 한다. 부산 울산 경남에서 인천국제공항에 가는 데만 반나절이나 걸린다. 허비되는 시간을 아끼려면 차라리 김해공항에서 출발해 일본 도쿄나 중국 상하이 등지에서 환승하는 게 낫다.

부산을 정치적 연고로 하는 대통령을 세 명이나 배출했지만 아직 24시간 안전한 국제공항을 건설하지 못했다는 게 최 시의원의 뼈아픈 지적이다. 부산시가 1991년부터 30년 가까이 소음과 민원이 적은 가덕도 해상에 신공항을 추진해 왔는데도 말이다. 반면 2001년 개항한 인천국제공항은 지난해 1월 제2 여객터미널을 개통해 연간 7200만 명의 여객 수요를 처리할 수 있다. 2023년까지 4단계 공사가 마무리되면 연간 1억 명이 이용 가능하다. 끝이 아니다. 5단계 사업이 남아 있다. 이용객이 미어터져 도떼기시장을 방불케 하는 김해국제공항은 인천국제공항과 하늘과 땅 차이가 난다. 국토교통부 장관을 비롯해 공항 정책을 입안하는 국토부 관료가 부산에서 인천공항을 거쳐 미국이나 유럽에 가는 불편을 경험했다면 동남권 관문공항 건설에 무관심하지 않았을 거다. 서울사람이 이런 불편을 겪는데 정부가 가만히 보고만 있었다면 장관직에서 잘렸을 게 뻔하다.

PK와 TK가 공항을 놓고 서로를 향해 차를 몰며 돌진하는 식의 ‘치킨게임’이 되면 모두 파국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지난 9일 평창동계올림픽 개최 1주년을 기념해 문 대통령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 해결의 실마리가 있다. ‘우리가 함께 굴린 작은 눈덩이가 평화의 눈사람이 되었다. 아이스하키 단일팀은 카누 핸드볼 탁구 등 다양한 종목에서 남북을 묶어주고, 남북 간 세 번의 정상회담이 있었다’. 냉정하게 판단해보면 싸워야 할 대상은 PK와 TK 서로가 아니라 지방의 고통을 외면하는 ‘서울공화국’이다. PK와 TK가 ‘신공항 눈덩이’를 함께 굴려야 할 때다.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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