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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광복동 창선파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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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시민들이 위치를 가장 잘 아는 파출소를 꼽으라면 단연 창선파출소일 것이다. 부산에서 제일 유동인구가 많은 광복동 한가운데 오랫동안 자리잡아 도심 명물의 하나가 됐다. 경찰이 상주하는 곳인데도 면적이 31㎡(9.3평)로 작은 데다 주변과 자연스럽게 어울려 관광객들의 호기심을 매번 자극한다.

   
정확히 따지면 창선파출소는 중부경찰서 창선치안센터의 예전 명칭이다. 일제 강점기인 1933년 부산경찰서 하정파출소로 개소해 해방 후 창선동파출소로, 이후 창선파출소로 이름이 바뀌었다가 2003년 경찰이 지구대 체제로 개편되면서 치안센터가 됐다. 그래도 부산 사람들에겐 여전히 창선파출소가 입에 익다. 광복동 신창동 창선동 등 3개 법정동이 광복동이라는 행정동으로 묶여 명칭은 창선이지만 주소지는 광복동이다. 용두산공원 국제시장 극장가 먹자골목 광복패션거리 등이 모두 관할이다. 원도심 상권이 살아난 데다 일본인과 중국인 관광객도 급증해 파출소에서 관광안내와 통역까지 겸한다.

파출소가 자리한 광복동 일대는 부산 정치·경제·문화의 중심이었다. 서울로 치면 명동이다. 6·25전쟁 직후 문화인들이 대거 부산으로 피란와 예술혼을 불태웠다. 파출소 옆 망향다방이라는 곳에서 이중섭이 못으로 은지화를 그렸다. 1970,80년대엔 반독재 시위대의 단골 집회 장소가 파출소 앞이었다. 1979년 부마항쟁 땐 박찬현 문교부 장관이 부산대 교수들을 상대로 학생 시위 차단을 설득하던 중 허겁지겁 달려온 비서관의 쪽지를 받고 사색이 된 적이 있다. 쪽지엔 ‘창선파출소가 불타고 있다’고 쓰여 있었다고 한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부산에서 공시지가가 가장 높은 곳이 파출소 맞은편 옛 미화당백화점 자리(현 ABC마트)였으니 “금싸라기 땅에 파출소가 있네”하며 신기해한 사람도 많았다. 무엇보다 23년 전 제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지켜본 것도 창선파출소였다.
부산 중구청이 창선파출소를 다른 곳으로 옮기고 그 자리를 커뮤니티 BIFF 공간으로 활용하려는 계획을 최근 공개했다. BIFF의 탄생지이자 부산 영화의 1번지란 의미를 되살리려는 취지라고 한다. BIFF가 부산의 자랑거리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새 시설을 짓기 위해 80년이 훨씬 넘는 세월동안 거리 풍경의 일부가 된 장소를 옮기겠다는 발상엔 쉽게 동의하기 힘들다. 남포동과 광복동에는 부산 시민들이 애환과 기억을 공유한 장소가 많다. 창선파출소도 그런 곳 중 하나일 것이다.

강필희 논설위원 flut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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