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내 공공 공간은 소중한 존재다. 시민 편의와 보행·쉼터 등의 공적 기능과 직결되어서다. 그런 만큼 공공성을 해치지 않는 게 우선이다. 도시철도역사가 대표적 장소다. 그런데 부산 도시철도역사 내 공지를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은 볼썽사납고 마뜩잖다. 지난 연말 역사 내 상가 조성으로 보행로를 절반 축소하고 인근 상인들의 반발을 초래한 ‘덕천역 사태’에 이어 유사한 문제가 잇따라 재연될 조짐이니 말이다.

부산교통공사가 도시철도역사에 대규모 상가 조성 등의 수익형 민간투자사업(BTO)을 속속 추진하는 걸로 확인되면서 이런 우려가 나오고 있다. 2016년 백지화됐던 동래역 복합환승센터 개발사업의 재추진을 비롯해 부산대·노포·덕천·다대포해수욕장역 등 다수 역사에서 이를 준비 중이라고 한다. 동래역은 1만2000여 ㎡를 대상으로 기존 층을 개축하고 1개 층은 증축해 상가로 만드는 것이 골자다. 특히 부산대역은 1층과 복층(신설 계획)에 53개 상점을 들일 예정인데, 전체 5583㎡ 중 상가전용만 2630㎡를 차지한다니 어안이 벙벙하다.

이렇다 보니 역사 내 보행로와 공지가 대폭 줄어들고 이용객 혼잡도는 더해질 수밖에 없다. 교통공사 측은 낡은 역사를 증 개축하고 역세권 개발을 위한 BTO사업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나, 그렇게만 볼 사안이 아니다. 증 개축을 빌미로 상가 조성이 마구 이뤄지고, 수익창출에만 치중해서는 역사의 공공성이 훼손될 게 불보듯 뻔해서다. 공기업 경영에 수익사업이 필요하다고 해도, 도시철도역 이용객들의 불편을 초래하면서까지 추진한다는 것은 본말이 전도되는 격이다.

따라서 교통공사는 이들 민간개발사업을 밀어붙일 게 아니라 역사 보행환경과 인근 상권 등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 분석하는 것을 선행해야 한다. 그 결과를 토대로 시민편의와 공공성이 담보되는 범위에서 사업 여부 및 규모를 정하는 게 온당하다. 부산도시철도의 하루 승객 수는 100만 명에 이른다. 역사 내 통행인구까지 합치면 훨씬 더 많다. 역사가 시민의 주요 공간으로 자리잡은 지도 오래됐다. 그에 맞춰 다니기 좋고 쾌적한 환경을 갖추는 것은 교통공사의 책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