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의 최대 항구도시 로테르담은 오래전 봉건영주들의 성안에다 만든 성곽도시가 아니라 유럽 주변의 여러 상인이 만든 자발적 도시이다. 코펜하겐 스톡홀름 탈린 헬싱키 등 발트해의 한자동맹 도시도 다 그러하고, 런던은 성곽도시에다 시티라는 자유도시 구역을 혼합한 도시이다. 모두 그동안 도시발전에서 외부인의 왕래와 순편익(Net Benefits)의 증가가 곧 도시발전에 도움을 주는 외부효과가 큰 도시이다.
국내에도 일찍이 외부효과를 기저로 한 도시발전 역사를 가진 곳이 있다. 19세기 말~ 20세기 초 우리나라 개항을 주도한 부산 목포 군산 인천 등이 대표적이다. 지금도 이곳엔 여러 가지 면면의 외국 풍물이 담긴 생활문화유산이 남아 있다.
도시경제 발전의 본령은 생산자잉여와 소비자잉여가 증가해 만드는 소위 사회적 잉여가 지속적으로 커질 때다. 하지만 오늘의 현실은 이를 제대로 해소하지 못해 중앙정부의 사회적 후생정책으로 대체해야 하는 입장이다. 아직은 나라 발전에 돈이 더 우선하여 들어가야 하는데 벌써 퍼주기식의 사회복지 지출만 늘리느냐는 비판의식을 가진 국민이 있는 것도 다 이런 현실에서 비롯된다.
요즘 선진국들은 가계부채로 고민이 많다. 소위 과학이나 문화, 복지 선진국들이 국내총생산에 비해 가계부채가 많은 편이다. 국제결제은행기구(BIS)는 가계부채 비율이 65%가 넘으면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스위스 호주 덴마크 네덜란드 등은 100%가 넘고 캐나다 뉴질랜드 한국 스웨덴 영국 미국 홍콩 등이 그 뒤를 잇는다. 하나 같이 외부효과가 있어야 국가가 잘 돌아가는 외진 곳의 나라이거나, 과거부터 이민자들이 세운 나라이다. 그러다 보니 사회적 후생이 큰 나라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사회적 잉여가 부족하면 이런 일이 누적적으로 생긴다. 그런데도 영국은 안으로 완전히 벽을 쌓는 브렉시트로 이 외부효과를 더욱 줄이려 하고, 트럼프의 미국도 국경과 관세로 장벽을 쌓아 보호무역으로 외부효과를 압박하는 정책을 쓴다. 국제통화기금(IMF) 같은 국제적인 통합경제의 질서를 다루는 국제기구의 기관장들이 하나같이 이런 문제를 경고하고 있으며, 그 고통은 대개 노동자나 도시서민에게 많이 영향을 미친다.
도시발전의 외부효과가 필요한 지역의 주민은 그 도시가 대외적 개방과 교류의 자유로 잘 돌아가면 일자리가 늘어 가계는 저축을 하게 되고, 생산에 참여하게 되며, 개인소유를 증가시킬 수 있다. 그러나 그 효과가 낮아지면 요즘처럼 예금자가 대출자가 되고, 생산자가 소비자로 바뀌며, 사적 소유자는 사회적 이용자가 되는 경제적 처지의 변화를 겪게 된다.
우리만 해도 중앙정부는 이런 문제에 대한 지역별 자자체의 해결방안이 신통치 못하자 일단 사회적 후생의 증가로 급한 불을 끄고 있다. 요즘 저소득층의 가계소득에서 무상의 이전소득이 급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부산은 이 문제가 아주 시급하다. 과거 신발 합판 섬유 등의 재벌이 속출하는 수출생산의 생산자잉여도시의 위상이 사라지고, 이제는 주택값이 내려도 거래가 늘지 않은 소비자잉여도시로서의 기능도 잘 작동하지 않는 곳이 됐다. 따라서 장기실업이나 내수 부진 등에 시달리는 지역의 현실을 보면 일단 사회적 후생지출의 증대는 불가피하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부산이 태생적인 대외 개방의 외부 효과가 절실한 도시로서의 특성을 갖고 있음을 국민이 이해하고, 부산을 중앙정부가 대외개방과 교류정책 등에서 자율적인 권한을 가지는 과감한 자치분권의 도시로 놓아주는 결단이 시급한 것 같다. 이 문제는 인천이나 목포, 군산 등도 같은 수준의 배려와 고려가 필요하다고 본다.
북극해로 가는 길목의 섬나라 아이슬란드가 생산적 외부효과를 지리적으로 발휘하기가 어렵게 되자 금융거래 자유화와 통화개방으로 그 효과를 극대화하려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해 절대위기에 처한 적이 있다. 그런 점을 교훈으로 삼자면 항도 부산은 무역도시와 관광도시의 이점을 살려 글로벌 사업자가 돈을 잘 벌 수 있는 생산자잉여 효과와 글로벌소비자가 소비에 이득이 많은 소비자잉여 효과를 동시에 살리는 노력을 강구해 보자. 부산의 답은 외부효과의 회복이다.
글로벌경영평론가·경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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