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기자수첩] ‘교양’을 갖춘 사회를 바란다 /신심범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공공장소는 개인들의 공간이다. 서로 무관한 이들이 부딪히며 어울리는 영역이다. 법은 이 공간의 규칙이다. 이곳에서는 법전의 문장이 개인 간의 대화와 공감에 우선한다. 법은 곧 행동지침이다. 이 때문에 법은 편하다.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지 판단할 때 특히 그렇다. 달리 말해 법 바깥의 공간은 어렵고 불편하다. 하지만 가끔은 법이 없는 영역에서 개인과 개인의 융화가 피어나기도 한다.

프랑스는 지난해 8월부터 공공장소에서의 언어 성희롱을 법으로 제재한다. 그 이전까지는 한국처럼 물리적 접촉이 있는 경우에만 처벌 대상이 됐다. 이제는 아니다. 공공장소에서만큼은 성적으로 불쾌한 언행은 하지 않는 것이 이 나라의 행동지침이 됐다. 물론 법이 생기기 전에도 프랑스 국민들은 언어 성희롱이 ‘하면 안 되는 일’이란 것 정도는 알고 있었을 터다. 다만 오늘날의 우리는 언어 성희롱을 단순한 결례가 아닌 범죄로 생각한다. 법이 교양의 자리를 대신하게 된 것이다. 교양 없는 사람은 곧 범법자다.

국내에서도 공적 영역에서의 언어 성희롱을 법으로 다스리자는 말이 나온다. 법이 개인의 ‘입단속’에 나서야 한다는 인식이 대두된 데는 오늘날의 흐름이 밑바탕으로 자리한다.‘ 미투’로 대변되는 ‘억압된 것의 회귀’는 성적으로 유린당한 피해자들의 아픔의 크기가 얼마나 거대한 것인지 보여줬다. 법이 그들의 고통을 간접적으로 위로해주리라 기대됐다. 공적인 폭력인 법이 자신을 대신해 폭력으로 갚아주길 바랐다.

그러나 법은 분노를 발전적으로 승화시키지 못한다. 법의 기초적 형식은 ‘금지’다. 무엇을 하면 안 되는지 분별하는 게 법의 역할이다. 언어 성희롱 등 언행의 금지는 ‘걸리면 안 된다’는 방어적 인식을 낳는다. 그 탓에 개인 간에 촉발된 여러 문제를 제대로 숙고할 기회를 훼손당한다. 성 문제는 대개 상대방을 내 맘대로 할 수 있다는 존중 없는 태도, 즉 ‘교양 없음’에서 비롯된다. “한남의 빻은 소리”라는 표현은 “교양을 갖춰 달라”는 요청을 다소 공격적으로 말한 것이라 봐야 한다. 성 담론에서 요구되는 진정한 가치는 교양을 갖추는 것, 무엇이 상대를 불편하게 만드는지를 아는 것이다. 물론 입법의 불비를 우려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교양의 공백을 채우기 위한 고찰과 성숙의 환경을 고민하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사회부 mets@kookje.co.kr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많이 본 뉴스RSS

  1. 1[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 옴과 옴 : 벌레와 소리
  2. 2김형오 “공천 심사과정 직접 보면 깜짝 놀랄 것”
  3. 3박형준 “현재로선 출마 생각없지만 총선서 역할 고민”
  4. 4부산 신천지 교회·연수원 3곳 출입금지
  5. 5[서상균 그림창] 춘래불사춘
  6. 6부산 사하구, 코로나19 지역사회 확산 예방 긴급 대책 회의
  7. 7버스 무정차운행·열감지기 확대…부울경 경계수위 높인다
  8. 8대통령 긴급재정명령 발동 하나…자영업자 임대료 인하·추경 검토
  9. 9“댓글에 ‘더러운 중국인’ 상처…서로 미워하는 상황 빨리 끝났으면”
  10. 10명소된 울산안전체험관 관광코스로 개발 추진
  1. 1조경태 "중국인 입국 즉각 중단하라"
  2. 2대구 모든 유치원, 초·중·고교 개학 연기...전국 처음
  3. 3 문 대통령 “코로나19 대응 중국 측 노력에 힘 보탤 것”
  4. 4부산시, 코로나19 피해 관광업체에 특별융자·지방세 유예
  5. 5"단일화 없나?" 경남 진보 1번지 창원성산 대혼전
  6. 6서구 동대신1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찾아가는『情 담은 식료품 배달』봉사
  7. 7김형오 “공천 심사과정 직접 보면 깜짝 놀랄 것”
  8. 8박형준 “현재로선 출마 생각없지만 총선서 역할 고민”
  9. 9동명대, 산-학 쌍방향 인재양성 교육 활발 주목
  10. 10대통령 긴급재정명령 발동 하나…자영업자 임대료 인하·추경 검토
  1. 1부산 국제관광도시 사업, 코로나에 삐끗…“하반기 본격화”
  2. 2주가지수- 2020년 2월 20일
  3. 330대 그룹 중 순익 높은 최고 알짜는 ‘KT&G’
  4. 4부산시 전기차 구매 보조금 지원 확대
  5. 5현대·기아차, 도로상황 따라 기어 바꿔주는 시스템 개발
  6. 6금융·증시 동향
  7. 7북항재개발 중-동구 관할 싸움에 BPA 곤혹
  8. 8부산세관, 수출 지원 지역 순회 상담 진행
  9. 9부산항 환적화물 효율 처리…터미널 간 ‘순환레일’ 설치
  10. 10올해 러시아 수역 어획할당량 4만6700t…5년 내 최대
  1. 1전주서 ‘코로나 19’ 1명 의심증상 … 신천지 대구교회 방문
  2. 2포항에서도 코로나 19 첫 확진자 나왔다 … 신천지 교인
  3. 3 전주에서도 코로나 19 첫 확진자 나왔다 … 28세 남성
  4. 4경북서 ‘코로나19’ 5명 추가 확진…영천 1·상주 1·경산 3(종합)
  5. 5경북 코로나19 확진자 10명으로 늘어… 영천4·경산3·청도2·상주1(종합)
  6. 6종로구서 75세 남성 코로나19 확진…한빛어린이집 휴원(종합)
  7. 7좋은강안병원 응급실 폐쇄…코로나19 의심환자 3명 검사 중
  8. 8검찰 조사 中 10층서 투신한 20대 피의자…4층 정원에 떨어져 목숨 건져
  9. 9코로나19 확진 31명 추가 발생…국내 확진자 82명
  10. 10제주서 31번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한 1명 역학조사
  1. 1손흥민, 국내서 부러진 팔 수술받는다…서울 시내 병원에 입원
  2. 2수원 이임생 감독, 염기훈 경기력 호평해…"이니에스타보다 염기훈"
  3. 3테니스 권순우 ATP 3연속 8강
  4. 4MLB 최고 갑부 알렉스 로드리게스
  5. 5손흥민 빠진 토트넘, 안방서도 무기력한 패배
  6. 6정마리아·강영서, 전날 아쉬움 씻고 금빛질주
  7. 7조용히 귀국한 손흥민 21일 수술대…3년 전과 같은 부위
  8. 8
  9. 9
  10. 10
한국전쟁 70년…분단인 통일인
독일 통일과정 7대 과오
한국전쟁 70년…분단인 통일인
다시 읽어보는 한 ‘분단인’의 삶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제1부두, 이왕 보존하는 김에 제대로
도시 규제의 경제학
기고 [전체보기]
해양안전, 민관 유기적 협력이 필수 /이광진
각본상 ‘기생충’과 문학·문학인의 자리 /김광수
기자수첩 [전체보기]
화포천습지, 보호대책 서둘러야 /박동필
장난치지 말고··· /신심범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개혁을 위한 아카데미상은 없지만
영화 진흥은 영화관서 시작된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강강술래와 농악
‘시립’과 ‘국립’의 앙상블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전략적인 전략공천인가 /정유선
이상문학상 사태가 남긴 것 /정홍주
도청도설 [전체보기]
자객 공천
해운대암소갈비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여든 살 어머니의 만학
상월선원의 천막결사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일본음식과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어느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10주년
사설 [전체보기]
코로나19 첫 사망에 급속 확산…비상한 방역 전략을
개금 옛 미군부지, 시민 위한 공간 제대로 활용되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인구 절벽 시대, 복지 대타협 급하다
지속 가능한 노인 돌봄, 지역사회도 나서라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한미동맹, 이상없다”
한일 ‘투 트랙 외교’ 올해는 회복해야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호의가 낳은 명작
죽기를 결심하고 그린 명작
이홍 칼럼 [전체보기]
한국 경제 회복탄력성이 관건이다
한국 경제, 희망의 빛도 보인다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나는 바이러스가 아니다”
설 연휴 무탈하셨는지?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나의 LP 이야기
핀란드의 찬가 ‘핀란디아’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 바이러스와 기생충
와인의 소리
특별기고 [전체보기]
‘코로나 19’ 반드시 이겨낼 것이다 /곽붕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심사정 지두화 ‘절로도해도’
겸재 정선 ‘수박 서리하는 쥐’
  • 2020하프마라톤대회
  • 제8회 바다식목일 공모전
  • 2020 어린이 극지해양 아카데미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