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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건 칼럼] 되살아나는 박근혜의 그림자

한국당 신북풍 음모론에 때아닌 ‘진박’‘배박’ 공방…그들만의 리그 된 전대

반짝 지지율 상승에 도취, 결국은 제 버릇 도진 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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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8% 대 29.7%.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8일 발표한 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지지율이다. 지난해 말부터 두 당 지지율 격차가 10%포인트대로 좁혀지긴 했지만 마침내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가장 작은 폭이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 직후 57.0% 대 17.6%로 39.4%포인트까지 벌어졌을 때에 비하면 격세지감이다. 한국당으로선 이대로라면 격차를 더 줄이는 건 물론, 지지율이 역전되는 골든크로스 현상까지 욕심낼 만도 하다.

설 명절 직후에 실시된 여론조사 시기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른바 ‘밥상머리 민심’이 한국당에 더 기울었다고 볼 수 있어서다. 실제 설을 앞둔 이슈들은 여당에 악재 투성이였다. 청와대발 잇단 잡음에 이어 손혜원 의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 거기다 김경수 경남지사의 법정구속 등이 겹친 민주당으로선 속수무책이었다. 게다가 주요 당권 주자들의 출마선언 등에 따른 ‘컨벤션 효과’도 한국당 지지율 상승을 일부 이끌었다. 수시로 오락가락하는 게 정당 지지율이라지만 ‘밥상머리 민심’을 어느 정도 얻었다는 자신감을 가졌을 법도 하다.

그러나 웬걸, 느닷없는 날벼락이 떨어졌다. 아무리 호사다마라지만 이런 악재도 없다.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일이 당의 잔칫날인 전당대회 날짜와 겹치는 대형 변수가 불거졌다. 지난해 지방선거일 직전 열린 1차 북미 정상회담 여파의 트라우마가 깊은 한국당이다. “내년 총선에서 신북풍을 시도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나경원), “전당대회의 효과를 없애려는 술책”(홍준표), “김정은 문재인 정권이 날짜를 요청했을 것”(김진태)이란 주장이 쏟아졌다. 이대로 가다간 잔칫집에 파리만 날릴 판이니 당권 주자 등의 당혹스러움을 짐작할 만하다.

한국당에게 이번 전대의 의미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지난해 지방선거 참패 이후 와해된 지도부를 새로 뽑아 내년 총선의 전열을 가다듬어야 하는 막중한 이벤트다. 게다가 최근 지지율은 눈에 띄게 호조세다. 이런 호기를 이어 잔치처럼 치러져야 할 전대가 엉뚱한 외풍으로 사그라들게 됐으니 흥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일부 당권 주자가 신북풍을 거론하며 전대 보이콧까지 거론한 것은 너무 앞서 나갔다. 아무리 뜯어봐도 무리인 음모론까지 들먹이는 의도가 불순해 보인다. 오직 골수 지지층의 표심을 얻어보겠다는 선명성 경쟁으로밖에 여겨지지 않아서다. 이러다간 신북풍 주장이 거센 민심의 역풍으로 되돌아올 수밖에 없다.
모처럼의 호기와 잔치에 찬물을 끼얹는 역풍 조짐은 또 있다. 난데없는 ‘진박’ ‘배박(배신한 친박)’ 공방이다. 유영하 변호사가 전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 메시지’가 촉발시킨 논란이다. 주요 당권 주자인 황교안 전 총리를 두고 ‘그 사람은 아니다’란 메시지를 보냈다는 것이다. 이에 홍준표 전 대표가 황 전 총리를 ‘배박’이라고 비판하며 진흙탕 싸움으로 번졌다. 박 전 대통령 석방론으로 군불을 때더니 때아닌 진박 논란이 재연되고 있는 것이다.

유 변호사의 전언이 사실인지 여부는 확인할 수 없다. 어쨌든 주요 당권 주자들이 또다시 ‘박심’을 들먹이며 친박 세력에 구애를 펼친 형국이다. 당권 장악이 최우선일 뿐 당의 미래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실체도 불분명한 박 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전대판이 뒤흔들리는 제1 야당의 현주소다. 물론 전대에서 투표권을 쥔 상당수 당원이 박 전 대통령 지지세력인 만큼 이를 의식한 행보일 수 있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비대위 체제까지 거친 정당이 과거의 모습으로 돌아가며 새롭게 거듭나겠다니 누가 곱게 봐줄까.

한바탕 소동 끝에 결국 홍 전 대표는 전대 불출마를 선언했다. 하지만 당은 이미 만신창이가 됐고, 어떤 모양새로 치러지든 전대는 그들만의 리그가 됐다. 하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멀게는 박 전 대통령의 탄핵부터 가깝게는 지방선거 참패 이후 한국당에 대한 주문은 차고도 넘쳤다. 이 모두를 외면하며 돌고 돌아 기나긴 비대위 체제를 거치고도 남은 것은 짙은 박근혜의 그림자뿐이다. 그러니 2차 북미 정상회담이란 대형 변수가 없더라도 전대의 흥행은 별반 달라질 게 없어 보인다. 전대가 잔치판이 되느냐 초상집이 되느냐는 결국 한국당 스스로의 몫이다. 괜한 음모론에다 퇴행적인 과거 회귀로 흥행을 바란다는 건 고약한 심보가 아닐 수 없다.

최근 한국당 지지율 상승이 스스로의 노력과는 무관하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오히려 청와대와 여당의 잇단 헛발질에도 이 정도밖에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다. 한국당 또한 이런 사실을 모르지 않을 터이다. 이 와중에 일부 소속 의원은 광주 5·18 폄훼 발언을 쏟아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제 힘으로 이뤄낸 것도 아닌 알량한 지지율 상승에 도취돼 끝내 제 버릇이 도졌다. 정말 터널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논설실장 jjk@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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