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북미 정상회담 장소가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로 확정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는 27, 28일 하노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 (한반도) 평화를 발전시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노이와 다낭을 두고 저울질하다 북미 모두의 대사관이 있는 하노이로 낙점한 것이다. 이로써 2차 북미 정상회담에 실리는 의미와 상징성은 더 커졌다. 하노이는 베트남의 경제 발전을 이끈 개혁·개방(도이머이) 정책의 산실인 데다, 미국과 종전 20년 만에 국교를 다시 수립한 정치 중심지여서다. 북미가 관계 정상화와 한반도 비핵화의 결단을 내리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라 하겠다.

전망은 밝은 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 평양을 방문해 2박3일간 실무협상을 벌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북측 대표와) 매우 생산적인 만남을 가진 뒤 북한을 떠났다”고 했다. 비건 대표도 “양측 모두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확신한다”고 했다. 비건 대표가 이례적으로 적지인 평양으로 직접 날아간 데서도 북미의 강한 합의 도출 의지를 읽을 수 있다.

북미는 2차 정상회담에 앞서 추가 실무협상을 갖기로 했다. 청와대는 이를 “2차 정상회담에서 반드시 성과를 내려는 의지”로 해석했다. 답은 간명하다. 북한은 미국에 불가역적인 비핵화 조치를 제시하고, 미국은 상응 조치로 화답하면 된다. 김 위원장은 이미 지난해 9월 평양선언에서 국제 북핵 전문가들이 비핵화의 핵심 조치로 꼽는 영변 핵시설 폐기를 약속한 바 있다. 비건 대표는 최근 이를 언급하면서 비핵화와 상응 조치의 동시이행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북미가 공히 상생 방안을 인식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실행계획을 짜는 일만 남았다. 중국 러시아 일본 등 북핵 6자 회담국이 이를 보증하는 한편, 6·25전쟁 당사국인 남·북·미·중이 모여 종전선언을 비롯한 평화체제 구축 협상에 들어간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다. 하노이는 능히 그런 큰 그림을 그리고 추구할 만한, 둘도 없는 ‘평화의 도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