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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에세이] 올 시즌 롯데 성적은 이미 정해졌다 /이성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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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9-02-06 19:32:57
  •  |  본지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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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선수가 되려는 꿈에 부풀어 있던 경남중 2학년 때였다. 코치는 아니지만 일반 과목을 가르치며 야구부를 담당하던 한 선생님이 계셨다. 어느 날 그는 불쑥 이런 얘기를 꺼냈다. “시즌이 끝나고 다음 시즌 전까지 얼마나 땀을 많이 흘리냐에 따라 팀 성적이 결정된다. 준비를 탄탄히 잘하면 1위를 할 것이고 개인 성적도 올라가겠지. 전부 준비된 사람의 몫이야.” 50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가슴속에 담아둔 명언 중 하나다.

새 시즌을 앞둔 롯데 자이언츠는 지난 1일부터 대만 가오슝에서 전지훈련을 시작했다. 앞으로 열흘가량 구슬땀을 흘린 뒤 현지 프로팀과 올 시즌 첫 연습경기를 갖는다. 주전부터 비주전까지 모두가 같은 비행기를 타고 현지에 도착해 똑같이 전지훈련을 시작했지만, 선수 개개인의 준비 상태는 저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겨우내 몸 관리에 충실했던 선수는 “준비를 잘했다”는 평가를 받을 것이다. 미리 준비된 자만이 특별 대우를 받는 것처럼 전지훈련에서도 선수 간 격차는 차츰 드러날 수밖에 없는 셈이다.

비시즌 동안 준비를 착실히 한 선수들은 스프링캠프에 돌입해서도 경쟁에 대한 자신감이 넘칠 것이다. 전지훈련장에 들어선 선수들은 정신적으로 그 어느 때보다 스스로를 다그친다. 그저 해외로 잠시 쉬러 가는 게 아니라 같은 포지션의 동료보다 우위에 서야 한다는 경쟁 심리가 가장 강력하게 발동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경쟁에서 앞서겠다는 의욕이 너무 과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오버페이스를 해 예기치 못한 부상을 당하기도 한다. 웨이트 트레이닝과 체력 관리로 신체 밸런스를 잘 관리한 선수는 오버페이스를 해도 충분히 견뎌낼 것이고, 그렇지 못한 선수는 부상이라는 불운에 울 수도 있다.

‘경쟁’이라는 화두 앞에 모두가 비슷하겠지만 마음가짐은 선수별로 조금씩 다를 수 있다. 이대호 손아섭 같은 베테랑 주전들은 그간 자신이 해왔던 대로 훈련에 참가하면서 한 해 농사를 기획한다. 전지훈련 직전 과거 시즌 성적에 대한 자신의 만족도에 따라 수년 간을 되짚어 봤을 것이다. 타격이 좋았던 시즌, 수비 실수가 잦았던 시즌 등 과거 경험을 토대로 나름의 노하루를 살려 흐름을 그대로 이어가기 위해서다.

주전에서 약간 비껴간 선수들은 상황이 다르다. 지난해 70~80경기밖에 출전하지 못한 선수들은 육성에 방점을 찍은 양상문 감독의 플래툰시스템 안에 포함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플래툰시스템은 한 포지션에 두 명 이상의 선수를 놓고 번갈아 기용하며 경합을 벌이게 하는 것을 말한다. 시즌 도중 부상 선수가 나와도 선수들의 기량이 상향 평준화되기 때문에 선수단 운영의 리스크가 줄어든다. KBO 최강 두산 베어스처럼 실력의 격차가 줄어들면 장기적으로 팀이 더욱 강해질 수 있다. 비주전 선수들의 시즌 준비에 올 시즌 롯데 성적이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유다. 신인들도 캠프를 치르는 마음가짐에 차이가 있다. 서준원 등 신인급 선수는 선배와 함께 방을 쓰면서 노하우를 스펀지처럼 체득할 수 있다. 숙소 식사 언론인터뷰 등 프로선수로서 모든 게 새로울 것이다. 선배들 눈치도 많이 보면서 정신적, 육체적으로 바쁜 하루가 펼쳐진다.
다만 용병의 경우 전지훈련장에서 모든 것을 평가하지 않는다. 수년 전 일본 가고시마 캠프에서 펠릭스 호세를 본 한 해설위원은 “저 선수가 홈런 5개 이상을 치면 손에 장을 지지겠다”고 말했다. 당시 호세는 배팅 훈련을 해도 외야를 넘기지 못했고 계속 몸을 사렸다. 하지만 그는 시즌 개막 후 무서운 괴력을 뽐내며 만화 속 주인공 같은 활약을 펼쳤다. 문화 기후 등 국내 적응이 덜 된 상태였던 것이다. 양 감독은 다음 달 8일까지 이어질 전지훈련에서 백지상태 그대로 선수들을 평가할 것이다. 플래툰시스템을 중심으로 훈련을 진행하며 선수단 전체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 올리는 게 주요 목표가 될 수 있다. 퍼즐 조각을 하나씩 맞춰가면 올 시즌 주전 구상도 점점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KNN 야구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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