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그제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미세먼지 문제를 혹한이나 폭염처럼 재난에 준하는 상황으로 인식하고 대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미세먼지의 심각성을 강조한 말이지만 늦은 감이 없지 않다. 국민은 이미 미세먼지를 재난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3일은 춥고 4일은 미세먼지에 시달린다는 뜻을 담은 신조어 ‘삼한사미’가 회자된 지 오래인 데서 이런 인식 변화가 단적으로 드러난다. 그래도 미세먼지 대처를 재난 수준으로 강화하고 나선 것은 잘한 일이다. 부디 숨 한번 마음 놓고 쉬고 싶은 국민의 여망을 저버리지 말기 바란다.

다음 달 15일부터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된다. 이 법이 시행되면 그간 수도권에 제한됐던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발령이 비수도권으로 확대된다. 자치단체는 자동차 운행 제한, 대기오염물질 배출시설 가동시간 조정, 학교 휴업 권고 등 미세먼지 종합관리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특히 선박 배기가스의 영향으로 전국 최악의 미세먼지 오염도를 보이는 부산은 각별한 저감 방안이 필요하다. 전국 10개 시·도가 자체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발령한 지난 13일, 부산시는 시내버스 정류장의 안내기기와 교통전광판에 대기질 상태를 공지하는 데 머물러 비판을 자초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미세먼지의 주요 발생원인 중국에도 분명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중국 정부는 “2013년 이래 중국 주요 지역의 공기질은 40% 이상 개선됐다”며 우리나라 미세먼지 오염에 대한 자국의 영향을 부인하고 있다. 때마침 오늘 서울에서 한중 환경협력공동위원회가 열린다. 이 자리에서 중국 측에 부인할 수 없는 객관적 데이터로 미세먼지의 중국 영향을 조목조목 지적한 뒤 효과적인 대책 제시를 요구해야 한다. 문 대통령도 언급했듯이, 당장 시급한 대책은 한중 미세먼지 조기경보체제 공동 구축이다.

영화 ‘인터스텔라’에 나오는 먼지바람 휘몰아치는 위기의 지구는 이제 결코 영화 속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미세먼지 줄이기에 실패했을 때 우리가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일상적 재난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