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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에세이] 빙상계 폭행 사태, 변화의 계기 삼아야 /현정화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1-23 19:35:00
  •  |  본지 3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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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해년 황금돼지해를 맞은 지도 벌써 한 달이 되어가고 있다. 우리 모두는 새롭고 큰 꿈을 소원하며 힘차게 기해년을 맞이했다. 나 역시 올해 계획된 탁구계의 남북단일팀과 2020년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의 남북단일팀 구상을 위해 그 어느 때보다 분명하게 목표를 잡고 일을 추진한다는 생각에 들떠 있었다.

하지만 새해 벽두부터 터져 나온 빙상계의 선수 폭행 사건과 ‘미투’ 사태로 스포츠계가 온통 혼란에 휩싸여 있다. 쇼트트랙 심석희 선수의 성폭행 피해 주장에 이어 한 유도선수의 성추행 피해 사실까지 그동안 속으로 곪아터졌던 스포츠계의 잘못된 관행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체육계 선배의 한 사람으로서 이런 사태를 바라보는 마음은 아주 무겁다. 그리고 연이은 폭로를 접하면서 이런 일이 생각보다 많이 일어나고 있었다는 사실에 많이 당황스럽고 놀라고 있는 중이다.

스포츠계에서 후배들에게 운동에 전념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여성 스포츠인이 되고 싶다고 말했던 나 자신이 무척 부끄럽기까지하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소수 지도자의 일탈 행위로 지금까지 태극마크를 달고 그 누구보다도 최선을 다하며 열심히 국위를 선양하고 노력했던 많은 국가대표 출신 선후배의 땀방울이 이번 사태로 함께 사장되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 어느 곳에서나 최선을 다해 올바른 길을 걷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자신의 힘을 이용해 부조리한 일탈을 저지르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어렵고 배고팠던 시절, 나는 탁구를 하고 있을 때가 너무 좋았다. 그리고 운동을 하는 것이 재미가 있었다. 빨리 대표선수가 되어 좋은 성적을 내고 싶었고 마침내 선수촌에 들어가 훈련할 수 있었던 것은 내게는 큰 영광이었다. 훈련에 매진할 땐 이것이 아니면 안 된다는 마음으로 선수촌에서 굵은 땀방울을 흘렸다. 국민의 응원과 격려, 그리고 사랑은 그 어떤 육체적인 고통도 모두 견딜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원동력이었다. 그리고 모든 이의 기대에 부흥하는 결과를 이루었을 때의 감동은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보람과 기쁨을 느끼게 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적되는 ‘성적 지상주의’는 스포츠의 순수함을 지워버렸다. 자기 종목에서 최고가 되고 싶다는 순수한 열정은 어디론가 사라졌고 태극마크를 소중히 생각하며 국가대표의 꿈을 키웠던 시간도 퇴색되어 버렸다. 소위 돈이 되는 스포츠에만 많은 사람이 열광하는 것은 사실이다.

스포츠는 스포츠 그 이상의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승리의 순간은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감동을 전해주고 사람들을 한순간에 하나로 만들기도 한다. 때론 우리의 자존심을 지켜주는 것이기도 했고 우리의 순수했던 열정의 시간이기도 했다. 우리가 서로 행복해 했었던 그 시간이 자꾸 그리워진다.

세상은 아주 빨리 그리고 많이 변하고 있다. 우리 체육인도 세상과 발 맞추어 변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계속 과거에 머무른다면 결국 도태될 것이다. 지금의 이 사태를 전환기로 생각하고 변하는 것만이 살길이다. 그렇다고 해서 체육계 발전을 위해 헌신한 선후배들의 공적까지 같이 묻혀서는 안 된다. 그들은 늘 한자리에서 묵묵하게 자신들의 자리를 지켜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많은 엘리트 체육인에게 말하고 싶다. 잘못을 한 소수의 사람 때문에 위축되지 마시라고. 그리고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에 대해서 언제나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주시라고.

한국마사회 탁구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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