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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북미 합숙 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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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숙’ 하면 흔히 운동선수들의 훈련을 떠올린다. 대표적인 게 프로야구팀의 동계 합숙훈련이다. 1870년 겨울, 미국 메이저리그의 시카고 화이트스타킹스(현 화이트삭스)와 신시내티 레드스타킹스(현 레즈)가 남부 온난지대인 루이지애나, 플로리다에서 훈련한 것이 시초다. 봄 날씨가 펼쳐지는 곳에 훈련장을 차린다는 뜻에서 ‘스프링캠프’라고 불렀다. 한국 프로야구팀들은 1, 2월 혹한기에 국내에서 훈련하기 어려워 해외로 떠난다. 그런데 1989년 태평양 돌핀스를 이끌었던 김성근 감독은 새로운 훈련 방식을 도입했다. 강원도 오대산에서 맨발 행군과 얼음물 목욕을 하는 등 말 그대로 동계 합숙훈련을 실시한 것이다. 필승의 배수진이었다. 그 덕분에 전 시즌 때 꼴찌를 했던 태평양은 그해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드물지만 합숙은 회의나 협상에도 적용된다.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Conclave)’가 가장 유명하다. ‘열쇠로 잠근다’는 뜻을 지닌 콘클라베가 시작된 것은 1274년 그레고리우스 10세가 교황으로 재임할 때다. 그 전까지는 교황선거법에 교황 공석기간이나 선거기간이 규정돼 있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선거기간이 너무 길어 교단 운영에 많은 차질을 빚었다. 1268년 클레멘스 4세가 선종한 뒤 실시된 비테르보 선거는 2년9개월이나 걸리기도 했다. 이를 보다 못한 교인들이 추기경들을 한곳에 가둬놓고 빵과 물만 넣어주며 교황을 선출할 때까지 나오지 못하게 했다. 유폐형 ‘합숙선거회의’인 셈이다.

유폐 방식은 아니지만, 북한과 미국도 ‘합숙 실무협상’을 벌였다. 협상 당사자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이들은 다음 달 말로 잡힌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의 의제와 장소, 날짜 등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 19일 스웨덴 스톡홀름 교외에 자리한 휴양시설 ‘하크홀름순트 콘퍼런스’에서 만났다. 두 사람은 2박3일간 숙식을 함께하며 논의했다. 합숙 협상은 이례적이다. 지난해 6월 제1차 북미 정상회담 전에도 양국은 판문점에서 실무협상을 가졌으나, 그때는 ‘합숙’이 아닌 ‘출퇴근’ 방식으로 진행했다. 북미가 이번에 합숙 협상을 선택한 데는 2차 정상회담에서 뚜렷한 성과를 도출하려는 강한 의지가 담겼다.
그러려면 북미가 비핵화 조치와 상응조치를 동시에 주고받는 상호주의 실행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할 수만 있다면 콘클라베처럼 합의 도출 전에는 협상장 밖으로 못 나오도록 하고 싶다.

이경식 논설위원 yisg@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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