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 활용은 전국적인 과제다. 저출산 추세에 따른 학령 인구 감소와 학교 통폐합 탓에 폐교 수가 갈수록 늘어나서다. 지난해 3월 기준으로 국내에서 활용되지 않은 채 방치 중인 폐교가 모두 420곳에 이른다. 부산지역에서는 2010년 이후 22개교가 문을 닫았고, 2022년까지 25개 초중고교의 통폐합이 추진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폐교의 흉물화를 막고 각 지역 특성에 맞는 효율적인 활용방안을 찾는 게 절실하다. 교육부 당국도 적극 권장하는 사안이다.

그런데 부산시교육청이 학교 이전 부지와 폐교에 교육지원시설을 조성하려는 사업계획이 난관에 부딪혔다고 한다. 그것도 교육부의 바뀐 규정 때문이라니 어이가 없다. 이 사업은 부산 남구 대연동 옛 연포초등학교 이전 부지와 내년 2월 폐교 예정인 해운대구 반송중의 부지 2곳에 가상현실(VR), 로봇, 드론 등을 체험할 수 있는 미래교육센터를 건립해 각각 2021년, 2022년 개관하는 것이다. 시교육청과 김석준 교육감이 올해 역점사업으로 내세웠을 만큼 추진의지가 강하다.

하지만 지난해 말 지방교육행정기관 재정투자심사규칙 개정에 따라 사업 추진이 불투명하게 됐다. 총사업비 산정 때 용지비를 포함하도록 바뀌면서 두 사업이 중앙투자심사위원회(중투심) 심의대상에 오른 까닭이다. 이 센터처럼 교육지원시설은 전체 사업예산이 100억 원 이상이면 중투심 심의를 받도록 돼 있다. 연포초 이전 부지는 개별공시지가로 땅값만 111억여 원에 달한다. 문제는 심의 통과가 어렵다는 점이다. 부산교육청이 추진하는 수학문화관 건립사업만 해도 지난해 중투심에서 퇴짜를 맞아 전면 재검토돼야 할 판이다.

개정 규칙은 사업주체가 소유한 부지를 활용할 때나 땅을 무상 공급받는 때에도 용지비를 총사업비에 계산하도록 됐는데 이는 불합리하다. 연포초 이전 부지는 시교육청 소유라 매입금이 필요 없는 상태다. 이런 규정 아래에서 폐교를 교육시설로 활용하라고 독려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오히려 발목을 잡는 꼴이다. 중투심 심의대상을 현실에 맞게 상향 조정하는 것을 비롯해 제도적 개선책이 마련되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