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만 57살 된 뇌병변 1급 중증장애인이다. 요즘은 워낙 복지시스템이 발전하여 예전에 비해 생활하기가 매우 수월해졌다. 예전에는 수동 휠체어를 타고 바깥 외출을 할 때는 반드시 동행인이 있어야 했다. 혼자서는 수동휠체어를 밀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전동휠체어는 나 같은 중증 장애인의 삶에 획기적 변화를 가져왔다. 아무리 중증 장애인이라도 손가락만 쓸 수 있다면 작동이 가능해 혼자서도 자유롭게 외출을 할 수 있다. 동행인이 없어도 혼자서 자유롭게 활동하는 시대가 열렸다. 세상을 공유하고 비장애인들과 어우러져 살 수 있는 자유가 이런 것이구나 하고 느끼게 되었다. 신체적으로 자유롭게 사는 비장애인들은 아마 이런 기쁨을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 외에도 장애인 콜택시 등 짧은 기간에 장애인 복지는 참으로 놀라운 발전을 이룩했다. 무엇보다 놀라운 변화는 2006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장애인 활동보조인 제도다. 이 제도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일대일로 매칭해서 장애인에게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로써 장애인들의 일상생활은 불편함이 크게 줄어들었다.

이 제도가 도입되기 전에는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형제가 있다고 해도 장애인들은 시설에 들어가는 것이 정해진 수순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시설에 들어가지 않고도 자기 스스로의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사람이 속박을 받지 않고 지낼 수 있다는 기쁨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복지제도의 발전에 대해서는 장애인의 한 사람으로서 정부에 크게 감사한다. 그런데 최근 적지 않은 걱정거리가 생겼다. 올해 근로기준법이 개정되면서 활동보조인은 최하 30분부터 2시간까지 휴식시간을 지켜야 하는 활동보조인 휴식제도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즉 4시간 일하고 30분 휴식, 8시간이면 1시간 휴식, 12시간이면 1.5시간 휴식, 16시간이면 2시간을 휴식하는 것이 의무화된 것이다.

이 제도는 가정 내에서는 큰 문제가 아니지만 장애인이 외출할 경우에는 애로가 적지 않다.

예를 들어, 진료 차 병원에 가는 경우 활동보조인은 4시간 일하면 30분 휴식을 취해야 하므로 그 휴식시간 중에는 장애인 돌봄서비스가 멈출 수밖에 없다. 활동보조인의 도움이 가장 필요할 때 휴식시간이 겹치면 매우 난감해진다. 불편한 것은 활동보조인도 마찬가지다. 쉬는 시간에는 장애인과 연계된 단말기를 반드시 껐다가 휴식이 끝난 30분 후로 단말기를 맞춰야 한다. 활동보조인은 그 시간을 맞춰야 하는 압박감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다.

어떤 제도이든지 당사자 간에 편리함을 주는 제도여야 실효성을 거둘 수 있다. 하등의 도움이 되지 않는 제도를 실행하는 건 돌보는 측이나 돌봄을 받는 측 모두에게 불편만 초래한다. 장애 정도에 따라서 매달 배당 시간이 다른 데다 휴식시간 간격도 각각 다르기에 문제가 적지 않다. 쉬는 시간을 기계적으로 지정해 그에 맞추도록 하는 것보다 활동보조인이 힘들어서 쉬어야 할 경우엔 장애인 당사자와 협의해서 탄력적으로 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 장애인지관 관장은 “특히 장애인 집에서 재가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분리된 휴식 공간이 없기 때문에 활동지원사들이 법을 지킬 수도, 어길 수도 없는 난감한 상황”이라며 “활동지원사들이 정부에 요구하는 건 임금인상과 같은 실질적인 처우개선이다. 차라리 휴식시간 만큼 임금으로 보전해 주는 게 현실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장애인복지관장으로서 할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휴식시간을 돈으로 전환할 것이 아니라 보건복지부에서 미처 고려하지 못했던 점들을 인정하고 제도 보완에 나서는 것이다.

유·초등 아동 장애인들의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유치원생이나 초등생들은 방과후 활동보조인이 인솔해 복지관이나 물리치료운동, 언어치료 전문기관에 다니며 치료를 받는다. 이 경우 휴식시간 운용은 어떻게 할 것인가. 문제의 핵심은 ‘활동보조인이 꼭 필요할 때 현장에 있느냐 없느냐’에 있다. 보건복지부가 장애인 당사자와 활동보조인 등 어느 한쪽에게도 실익이 없는 이 제도를 철회할 것을 장애인의 한 사람으로서 요구한다.

㈔ 한국뇌성마비복지회 부산지회 전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