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임종석 비서실장 후임으로 노영민 주중국대사를, 한병도 정무수석과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후임으로 강기정 전 국회의원과 윤도한 전 MBC 논설위원을 각각 선임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집권 3년 차를 맞는 시점이라 청와대 2기 인사인 셈이다. 김태우 전 특별감찰반원의 민간인 사찰 의혹, 정모 인사수석실 행정관의 인사 관련 문서 반출과 분실 등 청와대 직원들의 잇단 파행으로 공직기강 해이 비판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단행된 인사여서 더욱 눈길이 간다.

노 신임 비서실장과 강 정무수석은 19대 국회 때부터 문 대통령과 함께한 정치적 동지인 데다, 지난 대선 당시 문 캠프에서 각각 조직본부장과 총괄수석본부장을 맡은 대표적인 친문 인사로 꼽힌다. 문 대통령이 이들을 기용한 것은 집권 후반기 들어 느슨해지는 조짐을 보이는 청와대 근무 분위기를 다잡아 국민에게 제시한 공약들을 차질없이 이행하려는 뜻으로 해석된다. 사실 작금의 현실은 최저임금 인상 후유증 등으로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새해를 맞아 2주 연속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평가가 부정평가보다 낮은 데드크로스를 기록한 데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이번 인사를 위기 타개의 계기로 삼아야 하는 까닭이다.

그러려면 초심으로 돌아가 최근 불거진 문제들이 어디서 비롯됐는지 깊이 성찰해봐야 한다. 일부 직원의 일탈로 치부하고 넘겨선 안 된다. 바늘 틈 만한 누수가 점차 커져 거대한 둑을 무너뜨리듯이, 사소한 문제라 하더라도 원인을 제거하지 않은 채 개인사라며 내버려뒀다간 조기 레임덕을 부를지도 모른다. “백보를 양보해도, 청와대의 인사 관련 문서를 외부에 무단 반출해 잃어버린 것에 대해선 진상 규명과 문책이 있어야 한다”는 야당의 지적을 새겨들어야 한다. 앞서 외부와 소통하지 않고 독선으로 치닫다가 비극으로 마감한 정권을 숱하게 보지 않았던가.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롭게 만들겠다’는 국정철학은 그저 이뤄지는 게 아니다. 비판에 겸허히 귀를 열지 않고는 실현 불가능한 철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