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모성(母性)의 근원적인 경지를 ‘피에타’ 조각이나 그림에서 찾곤 한다. ‘피에타’는 이탈리아어로 비탄을 뜻하는데, 이 작품은 성모 마리아가 십자가에 못박혀 숨진 예수를 자신의 무릎 위에 눕혀 놓고 절망하는 모습을 담았다. 1499년 완성된 미켈란젤로의 ‘바티칸 피에타’를 대표작으로 떠올리지만, 기원은 13세기의 독일이다. 주로 나무에 새겨 채색했는데, 성금요일 저녁을 기념하는 의미로 제작했다. 1300년께 만들어진 ‘뢴트겐 피에타’는 처참하다. 가시관을 쓴 예수의 머리는 뒤로 처졌고, 포도송이 같은 핏방울이 손과 발, 옆구리의 상처에서 솟아나는 형상이다. 13세기의 철학자이자 신학자인 보나벤투라는 성모 마리아의 심정을 이렇게 묘사했다. “나의 아들아, 너는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네 자신을 희생하였구나. 나는 기뻐해야 할 이 구원의 행위가 너무나 괴롭구나.” 인류애보다 더 큰 사랑이 모성임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그래서일까. 프란치스코 교황이 신년 첫 메시지에서 모성을 강조했다. 그는 “세상은 완전히 연결돼 있지만, 점점 더 해체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며 “우리는 영웅적 행위가 자기희생이라는 형태로, 강함은 연민, 지혜는 유순함으로 드러난다는 사실을 어머니로부터 배워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는 노자가 말하는 여성성에 맥이 닿는다. 노자는 “검은 암컷의 문이야말로 하늘과 땅을 낳은 생명의 근원이다” “암컷은 항상 고요함으로써 수컷을 이기고, 고요함으로써 몸을 아래에 둔다”고 했다.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는 포용의 사상이다.

우리 현실은 대조적이다. 약육강식의 정글 논리가 갈수록 기승해지고 있다. 신재민 전 사무관의 폭로를 둘러싼 여야 간 정쟁이 그 한 예다. 청와대가 기획재정부에 국가의 빚을 늘리도록 압력을 행사하고, 민간기업인 KT&G 사장 인사에 개입했다는 그의 주장이 진실인지, 공익성을 가진 제보인지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기보다 당리당략을 앞세운 공방에 급급하다. 기재부는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그를 고발해 공익제보에 재갈을 물린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싸움이 아니라, 그(신 전 사무관)의 의견에 귀 기울여 주었으면 합니다. 그가 잘못된 이야기를 한 것이라면 충분히 말하고 설명해 주셨으면 합니다.” 신 전 사무관 친구들의 호소가 가슴을 친다. 국민의 말을 있는 그대로 듣지 않고, 듣고 싶은 말만 들으려는 배제와 독단의 정치를 하는 게 아닌지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모성의 정치’가 필요하다.

이경식 논설위원 yis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