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해 부산지역 여행업계는 어렵다는 하소연을 입에 달고 지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경제 상황이 악화하며 국내 여행 수요가 줄어 부산으로 오는 외지 관광객이 줄고, 전국의 명소를 여행하려는 부산 사람도 감소해 이중고를 겪는 형편이다. 중국 관광객의 감소는 부산에만 한정된 문제는 아니지만 의존도가 낮지 않았던 만큼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물론 경제 상황과는 상관없이 국내 대신 해외로 떠나는 여행 수요가 늘어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게다가 줄어든 국내 여행 수요에서 수도권 여행객들이 부산으로 향하던 발걸음을 다른 곳으로 옮긴 영향도 크다. 2017년 말 서울~강릉 KTX 개통 이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관광객들이 당일치기로도 여유 있게 동해를 볼 수 있는 강릉을 다녀올 수 있게 되면서 부산으로 오는 관광객 수는 확연하게 줄었다.

여러 지표는 부산 관광의 어려운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KTX 강릉선 개통 직후 부산행 KTX 승객이 40% 가까이 줄어들었는데 이후의 기록을 보더라도 KTX와 고속버스 등 대부분 교통수단에서 지속해서 이용객이 줄어들었다. 오롯이 강릉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강릉이 부산의 강력한 경쟁자로 떠올랐다는 건 부인할 수 없다. 부산 관광의 또 다른 지표로는 부산시티투어버스 이용자 감소를 들 수 있다. 부산관광공사가 지난해 12월 집계한 내용을 보면 지난해 1~11월의 이용자 수가 전년의 18만3797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4%인 2만6095명이나 줄어들었다. 올해 초 KTX 강릉선 개통 이후 관광객 감소에 대한 대책으로 대변항과 기장시장, 연화리 등 기장 일대의 해양관광자원을 연결하는 옐로라인을 신설했는데도 그렇다. 지역의 명소를 편리하게 연결하는 대표적인 대중 관광 수단이 부산시티투어버스인 만큼 이의 이용객 감소는 지역 관광객 감소를 단적으로 반영한다. 부산시는 시티투어버스 라인 신설과 함께 영화 촬영지와 전통시장의 관광 상품화 등 다양한 대책을 추진했지만 성과를 체감하기는 어렵다.

사드(THAAD) 사태에 서울~강릉 KTX 개통, 어려운 경기까지 이유를 대자면 여럿 있지만 KTX 개통 외에 또 다른 요인은 부산에 한정된 게 아니다. 그렇다면 단순히 관광 기반을 확충하는 일보다 더 근본적인 고민을 해야 할 시점이다. 관광객 수를 늘리는 일 못지않게 관광의 부가가치를 높여 같은 관광객으로도 부산 지역경제에 파급 효과를 높여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관광객이 당장 부산을 찾고 싶은 욕구를 느끼도록 부산의 매력을 알리고 인프라를 재정비하고 장기적으로는 외적인 충격을 이겨낼 수 있도록 부산 관광의 체력을 길러야 한다. 무엇보다 변화하는 여행 트렌드를 파악해 관광객의 구미에 따라 발 빠르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한 포털 사이트가 지난해 1년 동안 이용자들의 검색 빈도로 뽑은 여행 분야 키워드를 보면 단연 ‘소확행’과 ‘호캉스’가 눈에 띈다. 이전에 무조건 해외로 나가거나 국내 명소만 골라 바쁘게 다니던 패턴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휴식과 휴양,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즐기는 2030세대의 여행 문화를 반영한 것이다.

부산보다 관광 의존도가 높고 이 때문에 지난해 관광객 감소로 위기감마저 느끼는 제주를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도 있다. 오버투어리즘 논란을 일으킬 정도로 많은 관광객이 찾자 늘어난 생활폐기물과 하수로 제주의 환경이 오염되고 주민 거주환경이 악화하는 일이 벌어지면서 제주시는 환경보전기여금 제도를 도입해 자연스럽게 관광객 감소를 추진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국내외 관광객이 예상보다 급감하자 과잉공급된 숙박시설 등 양적으로 팽창할 대로 팽창한 관광 기반이 무너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처럼 관광객의 증가가 지역 경제와 지역민의 삶의 질 향상에 반드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건 제주의 사례에서 쉽게 알 수 있다. 부산은 제주를 교훈 삼아 관광객 수 증감에 일희일비할 게 아니라 기존의 인프라를 지역 경제를 위해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 관광객의 방문이 지역민의 삶에 어떤 영향을 줄지부터 고민해보자.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