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민의 건강한 생존권을 위해 안전하고 깨끗한 식수는 필수적이다.

지난 19일 환경부의 내년도 업무보고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낙동강 수질 개선과 함께 지역의 식수 문제도 정부에서 적극 관여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지시와 지난 6월 물관리 일원화로 부산의 상수도 문제가 제대로 해결될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부산의 상수도에 대한 불신은 낙동강 원수에서 비롯됐다. 수질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낙동강 하류에 ‘과불화 화합물’이라는 미량의 유해물질이 수돗물에서 검출돼 시민을 놀라게 했다. 8월에는 폭염에 따른 녹조로 수질은 4급수에 가까워 부산의 주 식수원이 위치한 낙동강 매리취수장은 취수 중단 사태까지 갈 뻔했다.

낙동강 수질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 30년의 세월을 거슬러 올라간다. 1991년 구미의 낙동강 페놀 사고, 1994년 벤젠 톨루엔에 따른 악취 문제, 1-4다이옥산 검출, 각종 환경호르몬 문제, 4대강 사업 이후 매년 되풀이되는 녹조 문제로 이미 낙동강은 식수원으로는 한계에 다다랐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의 뾰족한 대책은 없다. 정부는 1991년 페놀 유출 사고 이후 부산의 상수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크게 두 방향으로 노력해왔다. 하나는 환경부가 중심이 돼 낙동강의 수질 개선을 통해 맑은 상수원수를 공급하겠다는 것이고, 둘째는 국토부가 중심이 돼 댐이나 강변여과수를 개발해 맑은 광역상수도를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환경부에서 추진해온 낙동강 수질을 개선해서 맑은 물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은 실패했다. 2002년 ‘낙동강수계 물관리 및 주민지원 등에 관한 법률’ 제정 이후 낙동강 상류에 공단이 102곳에서 241곳으로 늘었고, 수질은 COD(화학적산소요구량) 기준 2002년 5.8PPM에서 지난해 6.2PPM으로 악화됐다. 또 국토부에서 광역상수도를 개발해 공급하겠다는 계획도 실패했다

그동안 광역상수도의 수원(남강댐, 합천댐, 창녕군 강변여과수)이 있는 지자체나 경남의 반대로 답보 상태다.

정말 부산시민이 맑은 상수원수를 확보하는 게 불가능한가? 다행히 문 대통령은 부산시민에게 청정 원수를 확보해주겠다는 공약을 내세웠고, 민선 7기 오거돈 부산시장이 당선되면서 안전한 청정 수돗물 공급을 위한 공약을 발표했다. 물관리가 환경부로 일원화됨에 따라 환경부는 부산시민에게 맑고 깨끗한 상수원수를 공급할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그럼 부산시는 무엇을 할 것인가? 오 시장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8월 1일 자로 수자원관리과를 기후환경국에 신설해 취수원 다변화 업무를 전담하게 했다.

환경부는 내년도 업무보고에서 낙동강 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질 개선과 동시에 대체 수자원 개발, 취수원 이전 같은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취수원을 다변화하고 모든 유역 주민이 만족하는 최적의 물 배분 및 공급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오 시장 역시 내년을 청정 상수원 확보 원년으로 삼겠다고 선포해 맑은 물 확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부산시는 이를 위해 내년부터 기후환경국을 환경정책실과 물정책국으로 확대한다. 대통령도, 경남지사도, 부산시장도 같은 정당이고, 물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도 강한 만큼 이번이 과거 수십 년간 표류해온 물 문제를 해결할 절호의 기회다. 이 기회를 놓친다면 부산시민은 오염이 가중되는 낙동강 물을 평생 마셔야 할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결국 사람이다. 시 물정책국의 정책결정권을 가진 자리는 아주 중요하다는 뜻이다. 이번에 시는 신설된 물정책국장에 외부 전문가를 공모한다고 한다. 물에 관한 전문 지식과 경험 없이 일반적인 환경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의욕만 가진 이가 그 자리에 앉는다면 350만 부산시민의 건강과 생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맑고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 청정 상수원 확보는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부산시장은 이번이 아니면 안 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물정책국의 수장은 반드시 물 전문가, 물에 관한 최고의 노하우를 갖춘 사람을 뽑아야 한다. 학연, 지연, 혈연을 따져서는 안 된다.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라는 말이 있듯이 최고의 물 전문가에게 맡겨야만 부산시민이 아무 걱정 없이 수돗물을 마실 수 있을 것이다.

부산시의회 부의장 복지환경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