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감독과 민주당의 공통점은 오랜 고난의 시간을 견뎌내고 영광의 순간을 맞은 것이다. 하지만 다른 점이 있다. 박 감독은 낮은 자세를 견지하며 한결 같은 모습을 보이지만 민주당에게서는 벌써부터 지배층의 냄새가 난다는 것이다.

박항서 감독은 사실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기 전까지 한국에서 빛을 본 인물은 아니다. 2002년 월드컵 당시 국민 영웅 히딩크 감독 아래에서 코치로 활동했다가 이후 아시안게임 준결승에서 이란에 무릎을 꿇고 서서히 기억에서 잊혀졌다. 부진한 성적, 적지 않은 나이 등 모든 조건이 최악으로 치달았다. 지난해 9월 ‘삼류 감독’ 취급을 받으면서 베트남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간 사실도 국내에는 그리 알려지지 않았다. 그런 그가 지난 1월 열린 2018 아시안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베트남 역사상 처음으로 결승에 진출한데 이어 최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스즈키컵(동남아시아 국가 대항전)에서 10년 만에 우승을 차지하면서 베트남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일약 영웅이 됐다. 선수보다 먼저 연습장에 나가고 비행기로 말레이시아 원정 경기를 갈 때 부상 당한 선수에게 자신의 비즈니스석을 내주고도 미안해 하는 모습은 제3자인 기자도 울컥하게 할 정도였다. 이 같은 성과에도 그는 “내가 감독으로서 하는 역할은 많지 않다. 23명의 선수 모두가 노력한 덕분이다”고 겸손해 한다. 끊임없는 도전정신과 겸손함이 ‘삼류 감독’을 ‘일류 감독’으로 만든 셈이다.

반면 민주당은 반짝 인기를 끌다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정권교체 이후 민주당의 기세는 하늘을 찔렀다. 부산에서만 해도 시장에 이어 6개 지역구(재·보선 포함)에서 국회의원을 배출했다. 16개 구·군 중 13곳, 시의원 47명 중 41명, 구의원 절반 이상이 민주당이다. 이 정도면 임기 내내 지지율 50%는 거뜬해보였다. 하지만 불과 2년 새 설익은 정책, 부실한 인재풀에 의한 내 사람 챙기기는 도를 넘어서고 있다. 문 대통령과 오 시장에 의해 정부 부처는 물론 부산시 산하 공기업 및 공공기관은 낙하산 수장으로 가득 차게 됐다. 전문성보다는 캠프 경력이 우선시됐다.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한 인사는 모 장관후보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하자 이런 말을 했다. “뭐 저런 사람을 장관 후보로 냈나 하는 국민이 있는데 사실 인사검증을 해보면 위장전입, 아들 병역문제, 부동산투기, 각종 전과 등에서 자유로운 후보를 찾기가 어렵다”며 “이에 청문회 통과를 의식해 국회의원을 장관 후보로 내세우는 경향이 많아지고 있다”고.

문 대통령을 지지한다(43.8%)는 응답보다 지지하지 않는다(51.6%)는 답변이 앞서면서 문 대통령의 인기가 민주당 지지율을 견인하던 시대도 지났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이재명 경기지사의 스캔들에 이어 김정호 의원의 공항 갑질, 청와대 특감반 논란 등으로 민주당의 지지율도 뚝 떨어지고 있다. 오거돈 시장에게는 버럭 소리를 지르지만 행정은 겉돈다는 의미의 ‘버럭 겉돈’이라는 별명이 붙었고, 시의회는 ‘실수투성이었지만 열정만은 가득했다’는 ‘자신에게만 후한’ 평가를 내놨다. 이제 슬슬 든든한 지지층이었던 20~40대의 이탈 조짐도 보인다. “자기들이 평생 정권을 잡을 것처럼 행동한다” “10년은커녕 5년 버티기도 힘들거다”는 말도 여기저기서 나온다. 문 대통령이 밝힌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평하고, 결과는 공정해야 한다’는 초심만큼은 지켜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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