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부산 문화계에서 일어난 일 가운데 아쉬웠던 것을 꼽아봤다. 6·13 제71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거치면서 부산에서는 최초로 ‘지방정부 권력 교체’가 있었다. 오거돈 부산시장이 지난 7월 취임했고 더불어민주당이 부산에서도 여당이 되는 큰 변화가 있었다. 그런 만큼 부산 문화계에서도 새로운 출발에 대한 기대가 컸다.
일찍이 체험하지 못했던 큰 변화가 있었던 만큼, 변화 그 자체로 의미가 컸다. 오 시장은 큰 틀에서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 ‘예술문화계와 소통하겠다’라는 원칙을 내놓았다. 최근에는 부산예총·부산민예총과 간담회를 하는 등 의지를 내보였다. 주요한 문화기관의 수장을 뽑는 일 등 현안도 하나씩 이뤄지고 있다. ‘2019년에는 좀 더 잘되겠지’ 하는 기대를 부산 문화계도 품게 된다. 하지만 민선 7기 첫해 부산시의 문화정책 행보는 아쉬움을 남겼다. 2018년 부산 문화계에서 일어난 일 가운데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하는 장면이 몇 있다.
큰 그림이나 방향성을 내놓지 않은 상태에서 처음에 너무 급히 서둘렀다. 부산시의 출자·출연기관장의 사표를 일괄로 받는 큰 원칙에 따라 문화 관련 해당 기관에 대해서도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답변을 관계자들에게서 자주 들었다. 일이 그렇게 진행되니, 천재일우처럼 찾아든 ‘변화의 초창기’ 특유의 에너지가 다른 데로 빨려 들어갔다.
차분하게 툭 터놓고 현안을 논의하고, 큰 틀과 방향을 정하고, 소통의 구조를 만드는 데 필요했을 힘이 ‘그 자리에 누가 간다더라’ ‘그 자리에 누구는 된다/안 된다’라는 다분히 소모적인 관심사에 지나치게 쏠렸다. 그나마 그 일이 신속하게 진행되지 않고, 이리저리 번복되면서 에너지는 더 소모됐다. 문화 영역 특유의 ‘과정의 중요함’ ‘과정 자체의 가치’가 발현될 여지가 별로 없었다. 그러던 차에 오페라하우스 문제가 쑥 들어왔다. 필요한 논쟁이자 과정이기는 했으나, ‘오페라하우스 건립 찬성/건립 반대’ 문제는 찬반이 갈리는 논쟁적 사안 특유의 파괴력으로 또 한 번 ‘변화의 초창기’ 특유의 에너지를 빨아들였다. 그 논쟁의 결과로 사안이 잘 해결됐다면 또 모른다. 시가 지난달 발표한 ‘건립 재개’ 결정을 들여다보면, 건립 재원 조달에 숨통을 틔운 점 말고는 운영 방안부터 지역 예술문화 발전과 연계할 방안에 이르기까지 제대로 해결된 게 없어 보인다. 이제부터 시작인 셈이다. 부디 시는 오페라하우스 건립 결정이 던진 복합적이고 장기적인 과제에 관해 새해에는 더욱 애써주기 바란다.
원칙과 과정의 중요함과 관련해, 또 한 가지 살펴볼 사안이 있다. 사소해 보여 관심을 기울이는 이가 적은 듯한데, 문화의 일이란 원래 작은 기미에서 큰 흐름을 보는 것이고 낙엽 하나 지는 것을 보고 천하에 가을이 왔음을 아는 것이라 했다. 최근 부산문화재단의 이사로 영화의전당 현직 팀장이 선임된 일을 자꾸 생각해보게 된다.
부산문화재단 이사로 선임된 개인에게는 제기할 문제가 없음을 전제한다. 공모 요강에 어긋남이 없어 응모했고 관련 규정에 벗어나는 점이 없어 선임되었으니 무슨 문제가 있겠는가. 결정이 이뤄진 ‘구조’를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부산문화재단과 영화의전당은 모두 부산시 출자·출연기관으로, 수평적 관계이자 협력기관으로 인식된다.
만약, 두 기관의 수장이 만난다면 어떨까? 영화의전당 대표가 부산문화재단 대표에게 “우리 쪽 ‘팀장’이 귀 기관의 ‘이사’로 있으니 잘 부탁한다”고 인사해야 할 상황인데 이것이 자연스러울까? 이런 경우라면, 이사의 권능 또한 적극적인 차원에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소극적 차원에서 보자면, 이사는 실무진이 아니므로 큰 영향력이 없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적극적인 차원에서 본다면, 한 조직의 중요한 의사 결정을 하는 핵심적인 자리다. 그간 현장에서 수평적 관계였을 두 기관의 팀장 가운데 한 사람이 그런 이사가 되는 장면은 또 어떻게 보아야 할까? 비유하자면, 서울 예술의전당 팀장이 서울문화재단의 이사가 된 상황이다. 거듭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다양한 현장 목소리를 듣기 위해 내린 결정’일 텐데, 대도시 부산에서 이런 접근법이 최선이었을까? 결정이 이미 이뤄진 현재 상황은 두더라도, 앞으로 관련된 원칙을 점검해 다듬을 데가 있다면 보완할 필요가 있다.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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