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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해리단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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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핫플레이스 하면 주로 홍대, 경리단길이 꼽힌다. 용산구 이태원동의 경리단길은 옛 육군중앙경리단(현 국군재정관리단)이 거리 초입에 있어 붙여진 이름. 경리단은 1970, 80년대 실업야구팀으로도 이름을 날렸다. 장효조 김일권 김시진 김용철 심재원 권영호 등이 경리단팀 출신 스타플레이어였다.

   
본래 이곳 일대는 주한 외국인들의 주거지역으로 자리잡았다. 미군 부대와 외교공관이 근처에 위치한 영향이다. 그런데 2010년을 전후해 명소이자 주요 상권으로 떠올랐다. 다양한 종류와 개성을 지닌 음식점, 카페, 커피집 등이 잇따라 들어서고 사람들의 발길이 점차 늘어나면서다.

그러자 이를 본딴 아류 격의 ‘○리단길’이 국내 곳곳에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망리단길·송리단길(서울 망원동·석촌호수) 평리단길(인천 부평) 봉리단길(대구 대봉동) 동리단길(광주 동명동) 꽃리단길(울산 방어동) 황리단길(경주 황남동) 객리단길(전주 중앙동) 등등. 부산 해운대역 뒤쪽의 해리단길, 전포동의 전리단길, 범어사로 인근 범리단길도 마찬가지다. ‘○리단길’로 불리는 곳만 대략 20개에 달하니 그 인기를 짐작할 수 있다.

해리단길은 어제 부산발전연구원이 발표한 ‘2018년 부산 10대 히트상품’에도 이름이 올랐다. 독특한 아이디어들이 반짝이는 해운대의 새로운 명소라는 점에서 뽑혔다. 과거 이곳은 철길 배후지역이라 인적이 드물었으나, 1년여 전부터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카페와 식당이 줄지어 입주해 특색 있는 풍경을 자아내고 방문객 발길이 이어졌다. 비교적 싼 임대료 덕에 창업하는 청년도 늘었다. 그래서 해리단길이란 별칭이 붙었다. 여기에는 옛 해운대역이 4년 전 폐쇄된 뒤 철길이 산책로로 재정비되고 접근성이 높아진 요소가 한몫했다. 그간 낙후 지역이 핫플레이스로 거듭났으니 도시재생 측면에서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에 비해 경리단길은 근래 활기를 잃어간다고 한다. 빈 가게 증가로 ‘죽은 상권’이란 소리까지 들린다. 이유는 역시 과도한 임대료 상승이다. 급격히 뛴 임대료 여파로 가격이 오르고 방문객도 서서히 줄어드는 것. 일종의 젠트리피케이션이다. 하지만 마땅한 규제방법이 없으니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은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다. 해리단길과 다른 ‘○리단길’은 그런 전철을 밟지 않아야 할텐데 걱정이다.

구시영 논설위원 ksyoung@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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