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수소차 엔진’ 양산 공장을 짓고 2030년 국내에서 연간 50만 대 규모의 수소전기차(FCEV) 생산체제를 구축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11일 충북 충주에 있는 현대모비스 공장에서 수소 연료전지시스템 생산 확대를 위한 제2 공장 신축 기공식을 열었다. 현대차가 화석 연료 중심의 자동차 산업이 수소 연료 중심으로 변할 것으로 보고 충주에 핵심 인프라를 만드는 미래전략을 본격화한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멀지 않은 장래에 현대차 울산공장 대신 충주공장이 현대차 거점이 될지도 모른다. 부산 경남의 협력업체들도 물류 비용을 줄이기 위해 충주 인근으로 옮겨야 하거나, 부산 경남에 남더라도 부가가치가 높지 않은 부품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 연구개발(R&D) 본부도 대거 수도권으로 옮겨간다. 업계에서는 두 회사의 고급 연구인력과 그 가족이 경남 거제와 울산의 정주여건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는 것도 수도권으로 이전하는 빌미 가운데 하나였다는 말이 나온다.

부울경은 1970년대 산업화와 함께 구축된 물류 인프라를 기반으로 오랜 기간 성장을 거듭했지만, 이제는 ‘신화’로 남을 처지로 몰리고 있다. 수도권에 산업이 몰리는 이유의 하나는 인천공항의 비약적인 발전이다. 4차 산업시대의 제조업은 ‘중후장대형’에서 벗어나 ‘초경량 고부가가치형’으로 바뀌고 있다. 가볍고 부가가치가 높은 물품을 적시에 운송할 수 있는 공항이 그 지역의 핵심적인 기업 인프라가 되고 있는 셈이다.

그동안 부울경은 무엇을 했는가. 동남권 신공항 입지를 놓고 대구 경북과 수도권의 이간질에 휘둘리지는 않았는가. 현재 검증이 진행 중인 동남권 신공항의 입지를 어디에 둘 것인지도 외부의 입김을 벗어나 오로지 기업하기 좋은 환경에 부합하는 곳을 선택해야 한다. 부산 신항의 추가 건설 후보지 결정도 마찬가지다. 공항과 항만은 부울경 경제 재도약의 매우 기초적인 인프라이기 때문이다.

기업하는 사람이 부울경에 중요한 생산 인프라를 놓거나 본사를 옮기려 할 때에는 공항·항만 인프라 외에도 가족들이 머물 수 있는 곳인지를 따질 수밖에 없다. 부울경은 과연 개방적인 곳인가, 다른 지역에서 온 사람들에도 ‘살기 좋은 곳’인가 자문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기업인과 그 가족들이 정주할 수 있도록 교육환경, 문화기반 조성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정부가 지역 차별적인 사회·문화정책을 펼칠 때에는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야 한다.

하지만 부울경 자치단체장과 지역 국회의원들은 따질 것은 따지지 않고 토건 사업 중심의 국비 확보에만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깝다. 국비 확보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기업하기 좋은 부울경 전략’이다. 기존 관성대로 국비 확보 전략에만 목을 맬 것이 아니라 정교한 기업 유치 전략, 지역기업 발전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지금 한국과 세계는 5세대 이동통신(5G) 경쟁에 돌입했고 인공지능, 로봇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ICT에 생활과 산업의 거의 모든 것이 접목되고 있다. 부울경은 기초적인 물류 인프라 기반에 제조업과 첨단 산업을 접목하는 거대한 흐름에 올라타야 한다. 기업들이 지역에 투자를 할 수 있도록, 지역 기업이 부울경에서 경영활동과 생산활동을 하는데 불편하지 않도록 정책 지원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서울본부 경제부 littleprinc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