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생산·소비 패러다임이 수소·전기차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국회는 수소차 보급 관련 내년 예산을 정부안(810억 원)보다 610억 원 많은 1420억 원으로 증액시켰다. 전기차 관련 예산도 정부안(4572억 원)보다 830억 원 늘어난 5402억 원으로 확정지었다. 정부는 내년부터 울산 창원 서울 등 전국 6곳에 수소 시내버스를 시범 투입하는 등 2022년까지 수소차를 1만6000대로 늘릴 예정이다. 이처럼 친환경 수소경제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굳어지고 있지만, 부산은 주력업종인 자동차부품업체들의 대다수가 이에 대비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상공회의소 조사에서 드러났다. 이대로 가다간 도태될 게 불을 보듯 뻔하다. 지역경제의 미래가 암담한 이유다.

부산상의 조사 결과를 보면, 설문에 응답한 자동차부품업체 100곳 중 84%가 수소·전기차에 대한 기술을 확보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분적이나마 관련 기술을 보유한 업체는 4%에 그쳤으며, 기술을 개발 중이거나 계획을 짜고 있는 곳도 12%에 머물렀다. 관련 기술 개발의 애로사항으로는 ‘로드맵 부재(35%)’ ‘자금 부족(28%)’ ‘전문인력 부족(20%)’ ‘원청업체와의 기술협력 부족(13%)’ 등을 꼽았다. 현실은 급속히 친환경 양식으로 변화하고 있는데, 업계는 우물 안 개구리처럼 시류 밖에서 갈피를 못 잡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생산·수송·저장·활용에 이르는 수소에너지의 체인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울산이나 ‘수소산업특별시’를 선언하고 수소를 미래 먹거리로 육성하고자 하는 창원과 대조적이다. 물론 이들 지역이 수소경제의 선도역을 자처하고 나선 건 주요 완성차업체를 가진 까닭이겠지만, 4차 산업혁명시대에 안착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에서 기인한 바도 크다.

부산 자동차부품업계 역시 이런 자구 몸부림 없이는 생존을 장담하기 어렵다. 시는 더 늦기 전에 상의, 업계와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강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