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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손학규 대표의 잘못된 번지수 찾기 /황태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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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12-09 19:15:52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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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목요일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단식투쟁에 들어갔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동참했다. 이유는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예산안 처리에 합의하면서 선거제도 개혁을 미룬다는 것이다. 지금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그리고 정의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목숨을 걸고 있다. 그러면서 민주당과 한국당 거대 양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외면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손학규 대표는 세 가지 측면에서 포인트를 잘못 잡고 있다. 우선 국회가 회기 내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을 심사·통과시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의무다. 470조 원에 달하는 2019년도 예산안을 꼼꼼히 들여다보고 국민들의 혈세가 낭비될 소지가 없는지 챙겨봐야 하는 것이 국회의 임무다. 예전에는 툭하면 야당이 법안처리와 예산안 심사를 연계하는 통에 부실한 예산심사가 비일비재했다. 그래서 2014년부터는 예산안 자동부의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올해도 법정기일인 지난 2일을 넘겼다. 그렇다면 과연 예산안 합의처리를 비난하는 것이 옳은 자세인지 되새겨봐야 한다.

둘째,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정말 정치개혁·선거개혁의 알파이자 오메가인지 따져봐야 한다. 우리처럼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미국에는 비례대표제 자체가 없다. 국내에서도 1963년에야 ‘전국구(全國區)’라는 이름으로 처음 채택된 제도다. 당시 젊은 영관급 장교가 주축을 이뤘던 5·16쿠데타 주역들이 쉽게 의회에 진출하기 위해서 억지춘향격으로 도입했던 것이다. 이후 전국구는 금권정치의 상징으로 ‘돈 전(錢)’ 자를 써 ‘전국구(錢國區)’로 불리기도 했다.

지금 손 대표는 독일의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염두에 두고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말하는 것 같다. 하지만 행정권과 입법권의 상호 대립과 견제를 모토로 하는 대통령제와 행정과 입법 양부의 융합 내지 통합을 전제로 하는 의원내각제와는 작동 원리가 전혀 다르다.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는 독일과 일본에서는 비례대표제를 통해 국민의 정당지지율과 의석수를 가급적 일치시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의원내각제를 채택할 경우 소수정당이 난립하고 제1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 못 해도 연립내각을 구성하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반면 대통령제의 경우 야당이 소수정당으로 분열돼 난립하는 경우 입법부의 가장 큰 존재 이유인 행정부 견제에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입법부와 행정부가 일심동체인 의원내각제와 달리 서로가 상호견제를 해야 하는 대통령제에서 정당의 난립은 대통령의 독주로 귀결될 수 있다.

더욱 문제인 것은 지역구 국회의원이야 나름 철저한 검증을 거쳐서 선출되지만 비례대표 국회의원들은 그냥 정당만 보고 택해야 하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누가 누구인지 모르는 채로 뽑는 것에 다름 아니다. 비례대표 후보는 누가 결정하나. 바로 각 정당의 유력한 실력자가 결정하게 마련이다. 그렇게 선출된 비례대표 국회의원들이 과연 국민을 위할까 아니면 자기 정당의 유력한 실력자에게 충성할까.

셋째, 손 대표의 단식은 국민의 정치적 냉소를 불러일으킬 뿐이다. 1983년 고 김영삼 대통령이 목숨을 걸고 23일 단식을 감행했을 때와는 상황이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다. 당시 YS는 그야말로 엄혹하기 짝이 없는 상황에서 목숨 말고는 걸 것이 달리 없었다. 심지어 모든 언론이 YS의 단식을 ‘재야인사의 식사 문제’로 보도할 수밖에 없었던 그런 암흑의 시기였다. 해서, YS의 단식투쟁은 아름아름 알려지면서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지금 손 대표가 목숨을 걸어야 할 대상이 어떻게 보면 소수 정당의 밥그릇 챙기기, 정치거물들의 영향력 확대로 귀결될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인가. IMF사태 이후 최악이라는 경제상황, 일자리 정부를 자처하고 나섰지만 청년실업은 사상 최고치를 거듭 갱신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광화문 한복판에서 백두칭송위원회가 김정은을 위인이라고 부르고 ‘나는 공산당이 좋아요’를 외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결국 남남갈등으로 우리 사회를 두 쪽 낼 수 있다.

정치권에는 ‘손학규 징크스’라는 말이 있다. 손 대표가 무슨 큰일을 도모할 때마다 더 큰일이 벌어져서 손 대표가 묻히는 일이 반복된 현상을 말한다. 마침 지난 금요일 손 대표는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은 환영할 일”이라고 말했다. 손학규 징크스가 이번에도 작동할지 볼 일이다.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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