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국가지질공원이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가는 길에 대하여 제언하고자 한다. 필자는 과거에 연구자로서 찾았던 여러 곳에서 지질공원 해설사가 탐방객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마이크로 지질공원에 대해 설명하는 것을 자주 보는데, 마음 한편으로 지질학의 대중화라는 면에서 많은 발전이 있었다고 느끼며 뿌듯한 감이 든다. 부산 국가지질공원은 2013년에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됐다. 부산지역은 해안 산 섬 강 바다가 함께 아우러지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다. 부산 국가지질공원은 누구나 한 번쯤 들었거나 찾았을 법한 오륙도 태종대 이기대 다대포 몰운대 금정산 낙동강하구 등 자연 명소를 두루 포함하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은 세계유산, 생물권 보전지역과 더불어 유네스코의 3대 보호제도의 하나다. 이 중 세계지질공원은 국제적으로 지질학적 가치를 지닌 명소와 경관을 보존·교육·지속 가능한 발전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관리되는 곳이다. 현재 38개국 140개소가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을 받아 관광객의 발걸음을 이끌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제주(2011년), 청송 주왕산(2017)과 광주 무등산 일원(2018) 등 3곳이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됐다.

2024년 여름 부산에서 세계지질과학총회(2024 International Geological Congress)가 열린다. 이 총회는 전 세계 지질과학자 8000여 명이 4년마다 모이는 학술대회이다. 부산시는 총회에 참가하는 세계 과학자들에게 멋지게 선보이기 위해 2022년까지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인증을 받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이를 향한 발걸음은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부산의 자산을 적절히 활용하고 시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는 더할 나위 없는 이벤트라고 여긴다.

그런데 필자가 보기에 무엇(what)과 언제(when)는 이미 정해져 있는 것 같은데, 어떻게(how)가 부족해 보인다. 단순한 의욕만으로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인증이 얻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필자가 과거 제주도와 무등산 일대 세계지질공원 인증에 참여하면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몇 가지 제언을 하게 된 것이다.

세계지질공원 인증 신청 과정은 지자체의 신청서 제출, 전문가들의 서류 평가, 현장 실사를 거친다. 현장 실사 때는 내용뿐 아니라 지자체와 주민들의 열망이 얼마나 강한가도 평가하게 된다. 학술적 중요성이야 학자들의 몫이지만, 이를 활용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일으키기 위한 동력은 시민에게서 나오기 때문이다. 이는 세계지질공원 프로그램의 최종 목표가 지질 명소의 보전과 보호뿐 아니라 지역의 지속가능한 경제적 발전을 함께 도모하는 것이라는 점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따라서 지질공원과 자매결연을 한 특산물 매장, 음식점, 숙박업소 등의 네트워크 형성이 중요하며 부산 국가지질공원 파트너 협력업소의 마크도 다는 등 적극적인 동참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지질 명소들이 자라나는 세대에게 살아 있는 교육 장소로 적극 활용되도록 하는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

세계지질공원 인증을 염원하는 시민들의 열정을 판단하는 또 하나의 기준은 일반인으로 구성된 지질공원 해설사의 역할이다. 해설사들이 지질 명소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내국인뿐만 아니라 외국 관광객에게 해설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상과 같은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부산시의 적극적인 협조가 있어야 하며 또한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언론매체의 역할이다. 주기적으로 지질공원을 소개해 시민들이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서 언급한 활동과 준비를 위해서는 행정·재정적 부담이 수반되기 때문에 부산시의 투자 의지가 가장 절실하다. 얼마 전 만난 부산시 관계자들이 먼저 세계지질공원에 인증된 청송 주왕산 지역과 무등산 일대를 답사하며 그 과정을 배우고자 하는 노력과 열의에 감명을 받았다. 이제 부산시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가는 길을 정하고 관련 용역을 발주하면서 목적지를 향한 첫걸음은 뗐다고 할 수 있다. 그러한 모든 과정을 지나 얻어진 세계지질공원의 인증은 유네스코 타이틀을 보유한 부산시의 국제적 위상을 높일 뿐 아니라, 2024년에 부산을 찾을 세계의 지질과학자들에게 부산의 우수한 지질학적 가치와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지구환경과학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