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이후 미국 캘리포니아주 여러 곳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이 서울시 면적 이상의 산과 마을을 태우고 가까스로 진화되었다. 이 때문에 30만 명 이상의 주민이 대피하고, 2만 채에 가까운 건물이 소실되었으며, 80명 이상의 사망자와 250여 명의 실종자가 발생했다. 자연재해와 국민안전에 대해 최고수준의 대비를 하고 있는 미국에서 이런 참사가 빚어지고 있으니 산불재해에 대하여 온 세계가 불안해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산불은 우리나라에서도 큰 문제다. 국립공원을 비롯한 주요 산림은 봄철 약 3개월, 가을철 약 1개월 동안을 산불조심기간으로 정하고 주요 등산로의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산불조심기간에 비상근무는 물론 많은 인력을 고용하여 산불감시와 진화를 하고 있지만, 산불의 빈도와 피해면적은 더욱 증가하고 있는 것이 최근 추세이다.

산림청 통계에서 과거 3년(2012~14)과 최근 3년(2015~17)을 비교할 때 산불건수는 1.7배, 피해면적은 3배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불 현장에 들어서면 마치 산이 산불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극단적으로 건조한 환경을 금방 느낄 수 있다. 축축해야 할 낙엽더미는 바싹 오그라들어 불쏘시개를 보는 듯하고, 촉촉해야 할 땅 표면은 먼지가 푸석푸석하여 사막을 밟는 듯하다.

근래 우리나라 기상의 특징으로 겨울철 적설량 및 봄철 강수량의 감소, 여름철의 고온 지속을 들 수 있는데, 이는 봄철과 가을철의 건조한 환경을 부채질해 산불 발생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산불에 탄 수목은 생장력 감소와 병해충 감염 위험도가 증가하며, 뒷불을 예방하기 위하여 지표면 구석구석을 일일이 헤집어 불똥을 제거하므로 지표식물이 사라지고, 황폐화된 땅에는 외래종 유입이 쉬워진다. 대부분의 야생동물이 봄에 산란하거나 새끼를 낳고, 가을철에 열매를 저장하거나 동면을 준비하므로 산불은 동물생태계에게도 위협적인 환경변수이다.

산불은 어떻게 예방할 수 있을까? 물론 인화물질 반입, 담배꽁초 버리기, 밭두렁 태우기, 샛길 출입과 불법 취사야영 등 사람들의 부주의한 행동이 변화되어야 한다. 이런 개인의 노력과 별도로 세계가 함께 대응해야 하는 산불 증가원인이 바로 기후변화이다. 기후변화는 바로 우리 현실 앞에 다가왔다.

지리산 장터목대피소의 기상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겨울(12~2월) 3개월의 평균강수량은 55㎜로서, 이는 같은 기간의 최근 3년 평균강수량의 33%에 불과했다. 산불 발생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습도는 2월의 경우 2015년 약 80%에서 매년 낮아져 금년에 약 58%를 기록하는 등 지리산은 더욱 건조해지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도 더 강한 산불이 더 자주 발생할 것이다.

이에 대해 세계는 어떤 대응을 해야 할까? 기본적으로 자연의 문제는 자연이 더 잘 알고 있으므로 자연에 맡겨야 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따라서 그나마 남아 있는 자연을 더 이상 감소시키지 말고, 과거에 존재했던 자연숲이나 습지를 복원하여 ‘축축한 환경’을 유지해야 한다.

또한 주요 자연을 법에 의해 관리되는 보호지역으로 지정하거나 인근의 보호지역과 연결시키는 정책과 국민공감대가 필요하다. 국제사회(생물다양성 협약)는 2020년까지 영토 내 육지면적의 17%, 해양면적의 10%를 보호지역으로 지정하도록 각국에 권고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보호지역 비율은 육지면적의 약 12%, 해양면적의 1.4%에 불과하다. 과거에는 보호지역 지정이 지역주민의 반대로 무산된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 무등산과 태백산의 국립공원 지정사례와 같이 ‘생태관광과 국립공원 브랜드’ 효과로 자연도 보전하고 마을발전도 도모하자는 지역주민들의 인식 전환이 일고 있다. 생태관광의 나라 호주에는 국립공원으로 부르는 보호지역이 700여 개에 이른다. 국립공원이란 브랜드를 붙여야 격이 높은 장소로 인식되고, 그래야 방문객이 더 찾기 때문이다.

시대가 바뀌어도 바뀌지 않는 표어가 있다. “자나 깨나 불조심” “꺼진 불도 다시 보자”와 같은 불조심 표어가 그것이다. 기후변화시대에 다시 음미해 봐야 할 오래된 표어로 “사람은 자연보호, 자연은 사람보호”라는 훌륭한 말이 있다. 기후변화도 완화하고, 산불도 줄이고, 사람도 건강하게 살아갈 방법은 바로 자연보호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지리산국립공원 사무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