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사 사회부는 경찰 검찰 법원의 업무와 떼려야 뗄 수 없을 만큼 밀접하다. 경찰의 사건 수사는 호기심을 불러오는 내용이 많지만 조심스럽다. 경찰의 수사 결과가 검찰에서, 그리고 법원에서 뒤집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언론중재위원회에 기자가 제소되는 사례도 여기서 비롯되는 경우가 있다. 경찰이 수사한 내용은 검찰의 기소 전 모두 ‘피의사실’에 불과하다.

경찰 수사의 1차 관문은 피의자의 기소 여부다. 기소는 검찰의 몫이다. 사건을 송치하기 전 피의자의 신병 처리 결정도 마찬가지. 경찰의 수사 결과를 검토한 뒤 기소가 결정된다는 점에서 검찰의 ‘공소사실’은 경찰의 피의사실보다 상대적으로 신뢰도가 높다. 공소사실에 기반한 기사의 비중이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무엇보다 사문화했지만 엄연히 우리 형법에 피의사실 공표죄는 있어도 공소사실 공표죄는 없다.

검찰의 결정, 즉 기소의 성적은 법원에 달렸다. 법원이 판단한 사건의 실체를 범죄사실이라 부른다. 법원이 판결문에 쓰는 범죄사실은 피의사실과 공소사실과는 다른 진정한 의미의 ‘사실’, 즉 진실에 가장 가깝다. 확정판결 후 혐의라는 단어는 기사에서 생략된다. ‘사실’로 보기 때문이다. 피의사실의 기사화는 많은 항의를 받게 하지만 범죄사실을 기사화한 데 따른 항의 전화는 거의 없다. 언론중재위나 민사법정에서 대한민국 법원의 판결문보다 더한 증거는 없다. 법원의 범죄사실은 아무리 억울해도 승복할 수밖에 없는 절대적인 공신력을 갖고 있다.

그런데 사실 판단의 주체인 법원의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 한 줌도 안 되는 정치 법관이 감히 재판을 거래도구로 삼아 상술을 부렸다. 형사법정에서 검사의 공소제기를 놓고 피고인에게 충분한 방어권을 주고 치열한 공방을 보장한 뒤 사안을 모두 이해한 판사가 내리는 고심의 산물, 가장 실체적 진실에 가까운 결론이 법원의 판결문이라 믿었던 국민을 배신했다.

전직 대법관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게 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백 보 양보해서 법적 책임을 조금 더 지켜보더라도 도의적 책임과 이번 사태의 근본적 책임을 져야 할 전임 대법원장은 ‘놀이터 입장 발표’ 이후 친정이 쑥대밭이 되도록, 그리고 법원의 신뢰도가 땅을 치고 있는 와중에도 책임을 지겠다는 자세를 전혀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부산고법에서는 법관대표회의에 참석한 법관대표가 탄핵에 찬성하는 의견을 보였다면서 대표를 교체하려는 움직임까지 벌인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의 오만방자한 우월감만 남았다. 국민이 왜 분노하는지, 우리가 뭘 잘못했는지 그들에겐 통렬하고 처절한 반성은 없으니 이제는 사법부의 자정을 기대하는 언급조차 사치다.

법관 탄핵은 국회를 거쳐야 한다고 우리 헌법은 명시한다. 권력에서 사법부 독립을 보장하기 위해서지만 사법부는 국민 대신 권력을 택했다. ‘사법 농단 법관’들을 탄핵해야 하는 이유가 뭐가 더 필요한가. 일말의 반성도 없는 정치 법관들의 저열한 행태에 죗값도 물어야 한다. 우리 형사 판결문에 양형 이유로 자주 표현하는 문구를 빌려 이렇게 적어본다. “사법 농단 법관들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진정성 있는 노력과 진지한 반성은커녕 끝까지 범행을 부인하고 책임을 지지 않는 자세를 보이는 바 죄질이 매우 중해 엄벌이 불가피하다.” 대한민국의 마지막 보루인 줄 알았던 사법부에 농락당한 국민이 쓴 양형이유다. 법원을 믿고 걸었던 순진한 기대를 접는다. 그저 대한민국 사법부 전체가 탄핵되는 일이 없길 바랄 뿐이다.

사회부 차장 roll66@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