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의 고통을 느낀다는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환자가 국내 1만5000~2만 명으로 추산되는데, 이들이 장애등급조차 제대로 받을 수 없다는 것은 아무리 봐도 불합리하고 온당하지 못하다. 이빨이 부러지는 고통보다 훨씬 더 심한 통증으로 일상 생활이 안 될 정도인데도 장애로 인정받기가 힘들다니 말이다. 어느 환자의 경우 CRPS로 왼팔이 장애 2, 3급에 해당한다는 병원 진단을 받았음에도 국민연금공단의 장애등급 심사에서 잇따라 퇴짜를 맞았다니 기가 막힌 현실이다.

미국과 유럽의 통계에 따르면 CRPS는 인구 10만 명당 6~25명의 유병률을 보인다. 마치 손발이 칼로 베이는 듯한 극심한 통증이 만성적으로 나타난다. 고통을 10단계로 나눌 때 출산은 7등급, 손가락이 잘리는 것은 8등급이라면 CRPS는 9,10등급에 비유될 정도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CRPS로 장애를 인정받는 것은 환자 10명 중 1명에 불과하다는 게 대한통증학회의 분석 자료다. CRPS로 인한 극한적인 고통을 아무리 호소해도 장애등급은 ‘그림의 떡’인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CRPS 환자에 대한 장애인정 기준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게 당연하다. 현행 CRPS 진단 기준에 적합하기 위해서는 총 11가지 조건 중 8개가 동시 충족되어야 하는데 이는 거의 불가능해서다. 게다가 미국은 CRPS를 장애로 인정하고 그에 대한 장애 평가 기준도 꾸준히 개정하는 데 비해 우리나라는 그와 반대되고 학회 및 전문가그룹에 의한 세부적인 평가기준도 부실한 실정이다. 그러니 CRPS환자와 가족들의 원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통증은 주관적이라 객관적인 증명이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CRPS를 가볍게 여기거나, 엄정한 장애 인정·평가 기준을 마련하는 데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극심한 통증에 몸부림치는 환자에게 장애 인정이란 최소한의 안전보호망마저 외면한다면 인권을 무시하는 처사다. 물론 CRPS의 진위 여부와 그 정도는 엄격히 가려져야 옳다. 고령화 등으로 만성 통증 환자가 증가하는 추세인 만큼, 정부 당국도 뒷짐만 지고 있을 게 아니라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