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남구청의 조직개편이 민선 7기 구청장 체제가 출범한 지 5개월째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여야 동수로 구성된 구의회가 조직개편안 중 하나인 소통감사담당관직의 외부 개방 여부에 합의를 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조직개편안은 지난 9월부터 정례회와 임시회 등을 통해 몇차례 논의됐으나 번번이 의견조율에 실패하고 있다. 이쯤 되면 5급 직위 1개의 개방형 전환 여부가 구청의 조직개편 작업 전체를 멈추게 할 만큼 중대한 사안인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지자체 단체장이 바뀌면 조직개편이 행해지고 그 과정에서 의회와 줄다리기는 왕왕 있는 일이다. 집행부 견제가 의회 임무 중 하나인 이상 무조건 발목잡기로 매도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해도 신임 집행부가 들어선 지 다섯 달이 되도록 조직개편조차 못하도록 막는 것은 지나친 기싸움이라는 비난을 받기에 충분하다.

무엇보다 남구의회는 그동안 여러 차례 잡음을 냈다. 의장단 두 자리와 상임위원장 세 자리 등 총 5자리 배분에 합의하지 못해 기초의회가 출범한 지 한 달이 넘은 지난 7월 말에야 16개 구·군 꼴찌로 겨우 원구성을 마무리한 전력이 있다. 그뿐인가. 어린이집 대표를 겸직한 사실이 드러난 동료 의원에 대해서는 징계 수위를 결정하지 못해 차일피일 징계를 미루고 있다. 감투 싸움에 열을 올리다가도 제 식구 감싸기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 지난 6·13 지방선거를 통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거 진입하고 총 14명 중 11명이 초선이어도 구태는 여전하다.

구청도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조직개편은 사안의 경중을 가려 얼마든지 분리 대응할 수 있다. 원안대로 조직개편이 이뤄지지 않으면 국비 지원 사업을 준비하는 데 차질이 빚어진다는 식의 걱정은 문제의 근원을 구의회 탓으로만 돌리려는 변명으로 들린다. 신임 구청장도 소통감사담당관직의 외부 개방을 계속 고집하면 오히려 논공행상을 위한 자리 만들기가 아니냐는 의구심만 산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해결이 지체될수록 구청장과 구의회의 정치적 무능만 부각될 뿐이다. 소통과 협치는 말로만 하는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