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시간 중 학생들이 드라마 속 인물에 대해 묻는 경우가 있다. 드라마에는 많은 얼굴이 등장하니 인상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겐 TV가 강의실이기도 하다.
최근 ‘최고의 이혼’이라는 드라마가 호기심을 자극했다. 이혼이 얼마나 많으면 이혼에도 최고가 있을까. 이 드라마는 2013년 일본에서 방영했던 ‘최고의 이혼’을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결혼, 가족, 사랑과 남녀 간의 생각 차이를 재밌게 담아냈다.
일본 원작 ‘최고의 이혼’의 결말은 이렇다. 서로 맞지 않는 두 사람, 조석무(차태현) 강희루(배두나)가 결혼 후 연애감정이 사라지며 이혼을 택했다가 결국 서로를 다시 보고 처음 시작했을 때의 마음으로 돌아간다.
드라마 속 두 사람의 대화를 보면 이혼 이유가 드러난다.
“전혀 상관없는 남녀가 만나 사랑에 빠져 결혼할 확률, 정말 기적이죠.”(조석무) “도대체 왜 그러는 걸까. 곰곰 생각해봤는데 모두 남이니까요. 가까운 사이에는 그걸 잊잖아요. 남이라는 걸.”(강희루) “뭐였어. 이혼을 결심한 이유가?”(조석무) “당신은 변하지 않을 거야, 변하길 바라는 것도 아니고. 여기까지가 딱 좋은 거 같아. 이런 생각이었지.”(강희루)
눈이 크고 코가 둥근 배두나는 매우 감성적이다. 타인이 행복하면 본인도 행복해지는 사람이다. 반면 차태현은 관골이 커 자존심이 강하고 코가 두루뭉술하지 않아 대충 넘어가는 법이 없다. 눈도 예리하고 잘 웃지 않으며 늘 진지하다.
주인공 배역 선정이 잘된 드라마다. 언뜻 보기에는 딱히 이혼할 사유가 없는데도 기질이 다른 이 부부는 서로 상대가 변할 가능성이 없으니 이대론 살 수 없다며 이혼을 결심한다.
남이 만나 가족이 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연애는 기질이 비슷한 사람끼리 해야 아이스크림처럼 달고 부드럽다. 그러나 결혼은 생활이다. 개성이 달라도 서로 맞춰나가야만 잘산다.
엄마 아빠의 기질이 다른 게 2세 교육에도 좋다. 부모의 기질이 너무 같으면 자녀가 편향된 성격을 가지기 쉽다.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최소 2개 국어를 하듯 기질이 다른 부모의 자녀는 한결 둥근 성격을 갖게 된다. 그러니 2세까지 생각하면 서로 다른 기질이 만나는 게 좋지 않겠는가.
OECD국가 중 이혼율 1위가 한국이라 필자는 인상궁합에 대해 고민한 지 꽤 오래됐다. 한국은 황혼 이혼율 27%, 신혼 이혼율 25%로, 결혼한 4쌍 중 1쌍이 이혼한다. 20, 30년 전만 해도 다른 기질끼리 만나 결혼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요즘 세대들은 눈에 띄게 참는 힘이 약해졌다. 그래서 인상학자도 인상궁합의 궤도를 수정해야 되는지를 참작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서로 상대의 다름을 참지 못한다면 비슷한 기질끼리 만나야 오래가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너무 기질이 비슷하면 그 또한 지루해 결국 이혼하게 되지 않을까. 이래저래 결론을 못 내리고 있다.
요즘 부모들은 자녀 이혼에도 가세한다. 우리 어머니 세대만 해도 웬만하면 ‘참고 살라’했다. 그러다 문제가 커지면 나서서 갈라서게 했다.
만약 내 딸이 이혼하겠다고 하면 어떨까. 이혼의 사유가 상습 폭력이나 알코올 중독 혹은 도박이나 잦은 바람기 같은 사유라면 결론은 ‘갈라서라’다. 그러나 개선의 여지가 있는 갈등이라면 ‘참아보라’ 할 것 같다. 참는다는 것은 한 번 더 상대와 자신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다. 어떤 상대를 만나건 절대 참지 않고 기회를 주지 않는다면 세상 이혼율이 99%가 될 것이다.
드라마 ‘최고의 이혼’이 전하는 메시지도 비슷하다. 이혼 후 마땅한 거처가 없어 어쩔 수 없이 한 집에 살게 된 이 부부는 그렇게 시간을 보내며 다시 시작해볼 마음이 움트기 시작한다.
결국 ‘최고의 이혼’이 주는 메시지는 다시 생각하기 즉,‘ 최고의 회심(回心)’이 아니겠는가. 회심에는 상대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최고의 음식도 숙성 시간이 필요하듯 최고의 결혼에도 숙성의 기다림이 필요하다.
사람의 표정이 모여 사회의 표정을 이룬다. 이혼을 생각하거나 결행한 이들 표정은 어둡다. 이혼율이 높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사회가 어두워진다는 뜻이다. 밝은 사회, 희망이 넘치는 세상을 바라기에 아직도 내 대답은 이렇다. “좀 더 참아봐.”
원광디지털대 얼굴경영학과 교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