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란대치(大亂大治).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2017년 봄 19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당시 이 말을 자주 했다. 홍 전 대표는 “나라가 혼란스럽다. 대란대치의 지혜가 필요하다. 크게 통치해 위기를 기회로 바꾸어 가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크게 어지럽혀야 크게 다스릴 수 있다’는 의미의 대란대치. 이 말은 홍 전 대표의 사실상 출사표였다. 왜 대란대치였을까.
대란대치는 만주족이 세운 청나라 5대 황제인 옹정제의 지배전략이다. 옹정제는 중국 지도자들이 치세의 큰 본보기로 삼는 인물이다. 경제 개혁이란 대치로 중국 역사상 최고의 황금기를 여는 기반을 닦은 황제다. 옹정제의 대치는 강력한 통치로 사회 기강을 잡았기에 가능했다. 그 권력 강화 수단이 대치였다. 형제와 공신까지 무자비하게 숙청하고 ‘부패와의 전쟁’을 했다. 강력한 통치에 한족은 무릎을 꿇었고 나라는 부강해졌다.
이런 옹정제의 치세를 홍 전 대표는 대선 출마 명분으로 삼으려 했던 것 같다. 시대적인 상황이 강력한 리더십을 필요로 한다는 메시지를 대중에 던지려 했다는 것이다. 당시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란 예기치 못한 사태가 일어나 대선을 갑작스럽게 치러야 할 때였다. 홍 전 대표는 대선 국면에서 각종 이슈를 던지며 판을 흔드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대선에 떨어지면서 대치로 잇는 데는 실패했다. 올 6월 지방선거 참패 후에는 당 대표직을 내놓아야 했다.
이번에는 ‘옵티미스트(Optimist)’였다. 정치 일선에서 물러난 지 5개월여 만에 복귀를 선언한 홍 전 대표가 펴낸 책 제목은 ‘꿈꾸는 옵티미스트’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 쓴 자신의 글을 묶은 책이다. 옵티미스트에 그의 메시지가 담겨 있을 법하다. 옵티미스트의 사전적 의미는 낙관주의자. 하지만 모든 것을 긍정만 하는 것과는 차별된다. 어려운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해결 방법을 찾아내는 사람을 지칭한다.
그래서 홍 전 대표는 대란만 있고 실패한 대치로 이르는 길을 옵티미스트에서 찾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자신이 처한 어려운 상황을 타파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이렇게 표출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현실 부정론’을 펴면서 ‘웬 낙관’이라는 반응이 많은 것은 어쩔 수 없다. 대란만 있었던 그동안의 이미지가 너무 강한 탓이다. ‘행동하는 긍정주의자’란 의미에 대중이 공감하기에는 앞으로 보여줘야 할 게 많은 것 같다.
정순백 논설위원 sbjung@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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