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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정부 라돈 대응에 분통 /임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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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 근거가 없어 우리 쪽에서 할 수 있는 게 없네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환기를 잘하면 괜찮지 않을까요?”

부산 강서구 A 아파트에서 법정 기준치를 초과한 라돈이 검출돼 주민이 불안에 떤다는 지적에 환경부 관계자가 내놓은 답변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 국토교통부, 부산시, 강서구 등 다른 관련 기관 관계자의 답변도 한결같았다. 이들은 모두 법적 근거를 이유로 주민의 불안을 그대로 방치했다. 

주민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하지만 당장 살길을 찾아야 했다. 은박지가 라돈 방출을 막는다는 말이 퍼지자 5000세대에 달하는 아파트 입주민들은 집안 곳곳을 은박지로 감쌌다. 은박지만으로 불안이 해소될 수는 없었다. 라돈이 나오는 화강암 소재 선반과 타일을 스스로 뜯어냈다. 이달 말 출산을 앞둔 임신부는 태아의 건강을 염려해 친정으로 몸을 피했다.

그런데 법적 근거가 없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정부와 지자체의 반응은 의아하다. 정부는 일찌감치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 ‘실내공기질 관리법’ 등 관련 법률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국가가 이런 법률을 만들었을 때는 국민 건강과 안전에 이상이 생기면 부처에 얽매이지 않고 빠르게 해결책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담았을 터다. 하지만 이번 사태 발생 직후 각 부처는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해당 공무원들은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는 모습조차 보이지 않았다.

특히 강서구의 대응은 실망스럽다. 주민들과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마련하기는커녕 합리적인 근거도 없이 라돈 농도가 높게 나온 가정에 책임을 돌리는 모습까지 보이며 상처를 줬다. 강서구는 부산 16개 구·군 중 보유하고 있는 라돈 측정기의 수가 가장 적어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지만 추가로 구매할 뜻도 없다. 

도무지 주민 불안이 퍼지는 걸 막겠다는 의지를 찾아볼 수 없다. 법적 근거가 없지만 주민들의 안전에 손을 놓고 있지 않겠다며 관내 모든 아파트를 대상으로 라돈 농도를 측정하고 측정기도 추가로 구매하겠다는 기장군의 행보와는 너무나도 대조적이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환경부 등 관계 부처는 지난 15일 태스크포스(TF) 팀을 구성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뒤늦게나마 TF가 구성되는 건 바람직하다. 하지만  또다시 법적 근거 타령을 이어가면서 다른 부처에 업무를 떠넘기려 하다가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날지도 모를 일이다. TF가 재빨리 대책을 내놓지 못한다면 친정으로 몸을 피한 임신부는 출산 후에도 영영 집으로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른다.

사회부 guardian@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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