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전은 달랐다. 순간의 분위기가 중요했다. 그 물꼬를 트는 것은 감독의 몫이었다. 푸는 방식은 자기 나름의 스타일이 있기 마련이지만, 결과가 같을 수는 없다.

프로야구 한국시리즈가 SK 와이번스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자연히 트레이 힐만 SK 감독의 리더십이 주목을 끈다. 그는 KBO 사상 두 번째 미국인 감독이었다. 정규 시즌 내내 메이저리그 감독 출신답게 선이 굵은 야구를 했다. SK는 홈런 군단으로 변신했다. 그런데 포스트시즌에서는 딴 감독이 됐다. 우선 작전이 많아졌다. 스몰볼에 가까운 야구를 했다.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선취점을 뺏기자 3회 말 곧장 번트 작전으로 동점을 뽑아냈다. 마지막 6차전에서는 두 번의 무사 2루 모두 강공이 아니고 번트 작전을 폈다. 엔트리도 파격이었다. 올해 1군에 단 14경기만 뛴 박정권을 엔트리에 넣었다. 많은 포스트시즌 경험을 본 것이다. 강속구 투수인 앙헬 산체스를 선발 아닌 불펜으로 돌려 팀의 약점을 메웠다. 희한하게도 승부를 가른 것은 홈런이었다.

그는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최초란 기록을 여러 개 갖게 됐다. KBO 최초 한국시리즈 진출과 우승한 외국인 감독, 한국시리즈와 일본시리즈를 동시에 제패한 첫 감독, MLB NPB KBO에서 모두 감독을 맡는 최초의 인물 등등.

그의 성공은 제리 로이스터 전 롯데 자이언츠 감독을 떠올리게 했다. 로이스터는 KBO 첫 번째 미국인 감독이었다. 그는 ‘노피어(No Fear)’를 외치면서 야구 도시 부산을 뜨겁게 했다. 공격적인 야구로 화끈한 부산의 영웅이 됐다. 꼴찌권을 헤매던 롯데를 3년 연속 포스트시즌으로 이끌면서 명예 부산시민증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단기전에서 약점을 보였다. 장기전과 단기전은 한결같았다. 작전은 없었고 엔트리도 바뀌지 않았다. 컨디션이 떨어지고 수비가 약해도 고집스럽게 밀어붙였다. 대타나 대주자 대수비 등 교체는 거의 하지 않았다. 포스트시즌에서 롯데는 2008년 준플레이오프(PO)에서 3연패, 이듬해 준PO에서 1승 후 3연패, 2010년 2승 뒤 3연패를 당했다.

승부의 세계는 1등만 기억된다. 과정은 잊힌다. 힐만 감독은 성공하고, 로이스터 전 감독은 실패한 것으로 기억될 것이다. 한국야구 적응력 차이였을까. 아니면 단기전 대처 능력 문제였을까. 무엇이 힐만 감독과 로이스터 전 감독의 차이를 가져왔는지 궁금하다.

정순백 논설위원 sbj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