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시행되는 부산 고교생 무상급식 계획이 지역 16개 구·군과는 협의도 없이 발표됐다고 한다. 이 때문에 갑자기 분담금 부담을 지게 된 일선 구에서는 “예산이 없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몇몇 구에서는 분담금 적용이 내후년부터 적용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도 했다. 민선자치 이전 구청장 군수가 임명될 때 행정이 이러지 않았나 싶다.

부산시장 부산시의회의장 부산시교육감이 협치를 과시하며 고교 1학년부터 단계적으로 적용되는 무상급식 방침을 알린 게 며칠 전이다. 부산시가 소요예산(1690억 원)의 40%인 676억 원을 부담하고 이 중 169억 원(전체 예산의 10%)을 구·군이 학생 수에 맞춰 분담하도록 했다. 문제는 이 분담액이 10억 원대 안팎인 구·군의 교육경비 예산을 훨씬 초과한다는 것이다. 교육경비 예산이 13억3000만 원인 해운대구가 무상급식 분담액이 22억5000만 원이라니 ‘배보다 큰 배꼽’이 이런 걸 게다. 이 와중에 이미 무상급식을 하고 있는 기장군은 시와 시교육청의 지원에서 제외된 것으로 잘못 알려져 군은 무상급식 협약을 ‘을사늑약’에 비유하고 시는 “시민 전체의 명예가 훼손됐다”며 공개사과를 요구하는 다툼까지 벌어졌다. 불통이 낳은 블랙코미디이다.

부산시는 현재 “구·군의 협조를 최대한 얻어보고 안 되면 내년에는 우선 시 예산만으로 지원할 계획”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고교 무상급식이 3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확대되고 그에 따라 소요 예산 규모도 급증하게 되는데, 이를 어떤 방식으로 조달할지 구체 방안은 없는 상태이다. 오는 23일 열리는 부산시장 구청장 군수협의회에서 이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라고 한다. 선후가 바뀐 건 개탄스러운 일이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대책은 세워져야 하겠다.

무상급식 발표회견장에서 시장이 말했듯 교육이 부산의 희망이자 미래다. 교육 관련 정책은 특히 더 정교하고 세심한 조율이 필요하다. 기관장 ‘낯 세우기’에 급급해 덜컥 발표부터 한다는 인상을 준다면 부산의 미래를 흐리게 하는 일이다. 일선 구·군도 추경 등의 방식으로 협조를 하는 게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