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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한국당의 시대착오적 지역언론 ‘패싱’ /이승렬

인적 쇄신 3대 기준 확정…중앙언론 노출 중시 유감

지방화 시대정신 거슬러 구시대 낡은 틀 못 벗으면 지역민의 패싱 각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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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정당의 조직 개편 문제는 애초부터 그다지 관심사가 아니었다. 일상이 바쁘기도 했거니와, 국민과 국가를 위한다는 구호 이면에 도사린 권력 획득을 향한 무한질주 본능을 모르지 않기 때문이다. 결과를 보고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평가는 할 수 있을지언정 그 과정에 개입할 이유도, 권리도 없다.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애써 인적 쇄신에 나서는 것 또한 당연한 통과의례이거니 했다. 남의 집 제사상에 “감 놔라 배 놔라”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지역언론 종사자로서 최근 정가 ‘핫이슈’인 자유한국당 당협위원장 교체 과정을 지켜보는 심사는 결코 편치 않다. 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 4일 확정한 이른바 ‘인적 쇄신 3대 기준’을 접하고 마치 가시가 목구멍에 걸린 것 같은 불쾌감을 지울 수 없다.

지난달 1일 인적 청산과 혁신을 명분 삼아 전국 당협위원장을 일괄 사퇴 처리한 한국당은 한 달여 만에 구체적 기준을 내놨다. 큰 틀에서 당협위원장 평가는 정량평가(사전조사, 현지실태조사, 여론조사)와 정성평가(조강특위 토론) 점수를 합산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의원과 당 지지율 비교 여론조사, 중앙언론 노출도, SNS 활동 등 ‘인적 쇄신 3대 기준’은 정량평가에 해당한다. 개량화 가능한 항목들이어서 당협위원장의 재선임 또는 교체를 좌우할 결정적 요소가 될 것임은 자명하다.

문제는 3대 기준 가운데 ‘중앙언론 노출’ 항목을 포함시켰다는 점이다. 왜 하필 중앙언론일까? 한국당은 인적 쇄신의 최대 목표를 ‘대여 투쟁력 강화’에 두고 있어 정량평가 역시 지역구 활동 평가에서 벗어나 좀 더 광범위하게 실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즉 정부와 여당을 대하는 야당 국회의원으로서의 문제의식과 역량, 활동, 존재감을 지표화하는 방편이라는 것이다. 지역구 활동보다 ‘중앙 정치’에 대한 관여, 특히 문재인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적 활동에 가점을 주기 위해 지역언론이 아니라 중앙언론 노출로 한정했다는 이야기다. ‘골목 정치’에만 몰두하는 이른바 ‘시의원 같은 국회의원’은 퇴출시키겠다는 의미다. 정권 탈환을 목표로 정한 당이 대국민 여론전 기여도가 낮은 현역은 정리하겠다는 뜻을 이해 못 할 바도 아니다.

그러나 이 같은 한국당의 중앙언론 노출 빈도 중시는 시대정신과 변화를 갈망하는 국민의 뜻을 전혀 읽지 못하고 낡은 사고의 틀에 머물러 있음을 자인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우선 기본 전제부터 틀렸다. 이른바 중앙언론이라고 하는 서울지역 신문과 방송들은 중앙정치만 다루고, 서울을 제외한 전국 16개 시·도에 산재한 수백 개 지역언론은 지역정치만 다룰 것이라는 인식은 구시대적 착각이다. 지금이 어떤 시대인가? 인터넷을 넘어 모바일을 통해 뉴스가 빛의 속도로 전달되는 시대다. 매체의 다양성과 더불어 1인미디어의 발달 역시 무서울 정도다. 단순하게 중앙언론과 지역언론을 구분해 가점을 부여하겠다는 이분법적인 구분은 시대착오적이기까지 하다.

또 다른 문제점은 기회의 불평등성을 간과한 점이다. 당대표나 원내대표, 사무총장, 정책위의장, 수석대변인, 상임위원장 등은 노출 기회를 자연스럽게 많이 잡을 수밖에 없다. 반면 다선이라도 계파싸움에서 밀려 보직을 맡지 못한 의원, 당내 개혁을 외치면서 여의도와 지역구를 하루에도 몇 차례씩 오가며 강행군을 펼치지만 튀는 언행은 삼가는 초·재선 의원 등은 상대적으로 노출이 덜 되기 십상이다.

온갖 불미스러운 일로 언론 노출 빈도가 높은 의원들에 대한 평가도 문제다. 왜색 짙은 속어를 국회에서 사용한 중진의원, 여성의 누드사진을 보다가 카메라에 ‘딱’ 걸린 의원, 상임위 등에서 막말 파문 또는 몸싸움을 일으킨 의원 등도 적지 않다. 이런 물의를 일으켜도 대여 전투력만 강하면 높은 평가를 받는다면 국회의원들의 ‘노이즈 마케팅’은 더욱 기승을 부릴 수밖에 없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한국당 스스로 서울과 지역을 나누는 차별적 사고를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점이다. 아무리 중앙 정치 무대가 중요하다고 해도 그 토대는 지역과 ‘골목’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망각한 것이나 다름없다. 지역언론을 ‘패싱’하는 것은 지방분권 확대와 지방자치 강화라는 시대정신을 거부하고 지역의 목소리를 듣지 않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난 7일 부산을 방문한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현재 한국당의 가장 큰 문제를 “역사의 큰 흐름을 놓치고, 변화의 물결을 따라잡지 못했다는 점”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텃밭인 부울경지역의 여론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앙언론 중시 기조를 고수하는 한 이 같은 김 위원장의 언급은 한낱 ‘립서비스’로밖에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지역언론을 ‘패싱’하고 지역정치를 무시하는 한국당이 지역민으로부터 ‘패싱’ 당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편집부국장 bungs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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