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태산이다. 항만 안전 담당 용역업체인 부산항시설관리센터의 채용 비리 의혹이 추가로 드러나고 있다. 현직 사장 등이 채용 비리로 경찰 조사를 받는 상황에서 전임 사장과 전·현직 간부가 채용 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센터 인력의 70%가 청탁으로 입사하거나 인사 혜택을 받았다는 내부 고발도 있어 놀랍다. 비리가 오래전부터 광범위하게 벌어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여기에 부산항만공사(BPA)와 부산항보안공사 등 유관기관의 고위직 간부가 채용과 인사 이동 등에 개입했다는 정황이 포착돼 충격이다.

본지가 센터의 채용·인사 내역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수법은 대담했다. 센터 전임 사장과 한국선원복지고용센터 전임 이사장은 자녀를 서로 ‘맞트레이드’해 교환 채용하는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 벌어졌다. 보통 20년 이상 근무해야 올라갈 수 있는 2급을 입사 7년 만에 파격 승진해 차지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 직원은 나이 47세에 계약직으로 채용된 뒤 이 같은 특급 대우를 받았다. 이 직원은 아내가 센터 전임 사장의 아내와 친·인척 관계라는 점이 인사의 배경이 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전형과정은 있으나 마나였다. 항만의 화물을 관리하는 직군에 무자격자가 채용됐다. 이 직군은 보세사 자격증 보유가 필수다. 그런데도 채용 당시 보세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던 다수의 경쟁자는 서류·면접 심사에서 불합격 처리됐다. 자격증 없이 채용된 직원은 보안공사 전 본부장의 아들이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안전·관제 등 부산항의 안전을 책임지는 자리에 무자격 직원을 뽑은 사실이다. 안전 직원 11명 가운데 필수로 요구되는 응급구조사 자격증 소지자는 2명뿐이다. 채용 과정에서 비리 의혹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이 같은 채용비리는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이 높다. 이번 기회에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 현재 제기된 비리 의혹은 철저히 조사해 일벌백계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 재발 방지를 위해 허술한 채용 방식의 정비가 요구된다. 유관 기관 간의 채용 청탁이 벌어지고 있는 만큼 이를 감시 감독할 정부 차원의 종합 대책도 나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