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해양수산업 분야는 국내 선원 부족과 고령화로 외국인선원 공급이 불가피한 고용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1990년대 연근해어업 분야에 외국인선원 연수생이 입국한 것을 시작으로 외국인선원이 해마다 증가해 2017년 말 기준으로 2만5301명이 유입되어 있다. 외국인선원 공급정책은 한국 해양수산업에서 산업인력난 해소 차원에서 차선책이었고 향후에도 그러할 것으로 전망된다.

통계청의 외국인선원 통계현황(2017년 말 기준)에 따르면, 업종별 외국인선원은 외항선 48%(1만2109명), 연근해어선 34%(8484명), 원양어선 15%(3810명), 내항선 3%(823명)이다. 국적별 외국인선원은 인도네시아 33%(8275명), 필리핀 23%(5903명), 베트남 19%(4720명), 미얀마 18%(4512명), 중국 7%(1669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오늘날 외국인선원의 고용복지 관리에는 문제점이 많이 노정되고 있다. 핵심 원인은 외국인선원 상당수가 선원 고용복지 법률인 선원법에서 배제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국인선원 고용제도는 2007년 외국인산업기술연수제도 폐지로 외국인고용허가제로 변경되면서 제도가 이원화되어, 20ｔ 이상 선박에 적용되는 ‘외국인선원제’(선원법 적용)와 20ｔ 미만 선박에 적용되는 ‘고용허가제’(외국인고용법 적용)로 분리됐다.

특히 고용허가제가 외국인선원의 관리에서 많은 문제점을 나타내고 있다. 그동안 사용자 선주들은 고용허가제 선원의 전문성 부족, 부족한 배정인력 수, 부적절한 배정시기, 배정 후 무단이탈 등에 대해 불만이 높았다. 외국인선원 노동자들도 일부 선주의 빈번한 부당노동행위와 인권탄압으로 인권과 복지 사각의 해상노동현장을 참아왔다. 또한 이러한 외국인선원제도의 문제점을 알면서도 소극적 태도로 방관해 온 정부부처들 역시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최근 수년간 국회 국정감사에서 반복적으로 지적되어 왔듯이, 외국인선원 고용복지 문제점들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하여 현재 이원화된 외국인선원제도를 일원화하는 통합기구의 설립이 필요하다. 2007년 이원화 당시보다 현재 통합을 위한 상황은 훨씬 개선되었다. 이원화 당시 20ｔ 미만 소형어선 경영주와 20ｔ 이상 상선 경영주 간에 선원법의 일률적 규제 적용에 따른 추가적 비용부담 때문에, 특히 소형어선 경영주 측의 반대로 통합에 실패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20ｔ 미만 어선(어선 중 약 90%)과 어선원의 재해보상 법률이 점점 개선되면서 현재 3ｔ 이상 어선에까지 재해보험 가입이 의무화되는 등 외국인선원 고용제도의 일원화를 위한 상황이 호전된 것이다.

그동안 한국선원복지고용센터의 외국인선원관리지원단(부산·제주·포항지역 콜센터 운영)과 수협중앙회의 외국인력지원단에서 고충상담센터가 운영되고 있지만, 그 상담지원 내용이 고용복지관리와는 본질적으로 상당한 거리가 있었다. 또한 지방해양수산청에 근로감독관이 상주하고 있으나 언어소통의 애로 등으로 상담 및 지원은 한계에 놓였다.

따라서 행정부 내에서 고용허가제(외국인선원쿼터)를 관리하는 고용노동부와, 외국인선원제를 어선·내항선·상선별로 수협·해운조합·선주협회에게 다원적으로 위탁하는 해양수산부 간에 외국인선원 고용복지관리 통합기구로서 가칭 ‘외국인선원 고용복지센터’의 공동 설립을 제안한다. 통합기구의 법률적 기반으로 선원법 적용 대상을 현행 20ｔ 이상에서 3ｔ 이상 또는 전체 선박으로 확대하는 동시에, 선원법의 한국선원복지고용센터 사업범위에 ‘외국인선원 고용복지관리 업무’를 포함하는 방향이 바람직할 것이다.

외국인선원 고용복지 통합기구 설립을 통하여, 미래 한국 해양수산업의 핵심역량으로서 외국인선원들의 고용·복지·인권 문제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뿐 아니라, 노동인권 선진국의 면모를 구비한 대한민국으로 재탄생했으면 하는 기대를 해 본다.

명실상부한 동북아 해양수도로서 국내 가장 많은 등록선원과 전국해상근로노동연맹(노조원 3만 명)의 본부가 있는 부산에 외국인선원들을 위한 정부 통합기구가 설립된다면, 부산의 입지 강화와 해양수산업의 발전 및 항만도시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한국해양대 해양행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