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대법원’의 사법 농단 의혹 핵심인물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끝내 구속됐다. 법원은 구속영장심사에서 “범죄사실 중 상당 부분에 대해 소명이 있고, 증거인멸 우려가 있어 구속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앞서 검찰이 청구한 압수수색영장의 90%와 대법원 문건 무단 유출·파손 피의자인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점을 미루어 부정적인 관측이 많았으나, 전격적으로 영장이 발부됨에 따라 사법 농단 단죄의 물꼬가 트일지 주목된다.

임 전 차장의 구속은 양 전 대법원장과 차한성·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 등 사법 농단 의혹 ‘몸통’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를 의미한다. 검찰이 양 전 대법원장 등의 지시를 받고 임 전 차장이 재판거래 및 사법행정권 남용 범죄를 저질렀다고 영장에 적시했기 때문이다. 임 전 차장에게 적용된 죄목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10여 개, 개별 범죄는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늦춰주는 대가로 법관 해외파견을 늘려주도록 외교부에 부탁한 혐의를 비롯한 30여 개에 이른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 등을 이들 범죄의 공범으로 보고 있다. 사법부 독립과 국가의 근간을 뒤흔드는 사상 초유의 사법헌정 파괴행위가 아닐 수 없다.

검찰은 무너져가는 국민의 최후 보루를 바로 세운다는 사명감을 갖고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일각에선 임 전 차장에 대한 영장 발부를 두고 법원이 정치권의 ‘사법 농단 특별재판부’ 추진을 막고 처벌을 최소화하기 위해 임 전 차장 선에서 ‘꼬리 자르기’를 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 섞인 반응이 나온다. 혹여 조금이라도 그런 의도가 있다면 단념하기 바란다.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다.

30일 열리는 일제 강제징용 손배사건에 대한 대법원 선고공판에서도 전향적인 판결을 기대한다. 양승태 대법원이 신일본제철의 재상고 재판을 지연시키는 바람에 소송을 제기한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이미 승소하고서도 다시 5년 넘게 애를 태워야 했다. 그 사이 피해자 세 명이 한을 품고 세상을 떠났다. 숯덩어리가 된 피해자 가슴에 더는 대못을 박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