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국조폐공사가 지폐 제작 때 쓰는 용지로 빨대를 만들어 선보인 적이 있었다. 플라스틱 빨대를 축출하자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인 만큼 이에 동참하자는 의미에서였다. 이 제품이 특히 눈길을 끈 것은 기존의 친환경 종이 빨대에 비해 내구성이 좋다는 점이었다. 면 펄프성분이 포함된 지폐용지는 오랫동안 액체에 담가 놓아도 쉽게 찢어지거나 흐물흐물해지지 않는 특성을 갖고 있어서다.

종이 빨대 등과 같은 친환경 제품의 사용은 이제 전 지구촌에서 의무가 됐다. 한국에서도 제조업체를 비롯해 유통, 서비스업체들이 잇달아 이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정부의 일회용품 줄이기 정책에 발 맞춰 관련 마케팅을 강화하는 기업도 날로 늘어나는 추세다. 여기에는 친환경을 표방하지 않으면 더는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없다는 냉혹한 시장논리가 존재한다.

그러나 사고자 하는 제품이 환경 친화적인지를 소비자가 쉽게 구별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정부가 농수산물, 공산품 등을 대상으로 친환경 인증제도를 실시하고 있으나 인력난과 관리 부실로 인해 제대로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사이 발생한 살충제 계란, 유해성분 생리대 파문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사회학자들은 실제로는 친환경 제품을 만들지 않으면서도 겉으로는 녹색경영을 표방하는 것을 ‘그린워싱(green washing)’이라 부른다. 더러워진 빨래를 세탁하는 흉내를 낸다는 의미다.

소비자를 속이는 이런 그린워싱은 정부의 지속적인 규제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 8월까지 무단으로 친환경 표시를 사용하거나 광고를 하다 적발된 제품이 483건이나 됐다. 해당 업체들은 겉으로 ‘친환경 고급 수세미’ ‘친환경 무독성 인조가죽 원단 소파’ 등의 문구를 내세웠으나 실제로는 근거나 구체적인 범위가 전혀 없었다. 친환경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소비자들을 ‘호구’로 본 악덕 수법이었다.

시민단체에서는 친환경 제품 관련 조사 주기를 현재의 연 1회에서 분기별 1회로 늘리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또 조사결과를 공개하도록 규정하는 법을 제정하자고 촉구하고 나섰다. 환경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해 감독과 처벌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못된 짓을 하면 그에 맞는 처벌이 내려져야 옳다. 그린워싱을 일삼는 기업이 더는 활개를 쳐서는 안 된다.

염창현 논설위원 haore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