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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건 칼럼] 시민 행복과 다복동

전임 시장 주요 복지정책, 다복동 사업 새 명칭 공모

주요 내용 변화 없다지만, 진정 시민 행복 위한다면 굳이 바꿀 이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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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돈 부산시장이 취임한 지 이달 들어 100일을 넘으면서 새 시정의 방향도 윤곽을 갖춰가고 있다. “부산시가 14년간 변한 게 하나도 없다”던 첫 확대간부회의에서의 일갈이 있었던지라 지난 석 달여 오 시장의 행보는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었다. 무엇보다 취임 초기 전임 시장이 추진했던 주요 정책을 재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던 터여서 더욱 그랬다. 이들 정책 중 대표적인 게 간선급행버스체계(BRT) 공사와 북항 오페라하우스 건립 문제다. 결론 여하를 떠나 전임 시장 흔적 지우기 아니냐는 뒷말들이 나온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취임 100여 일이 지나며 BRT는 공사를 재개하기로 결론이 났다. 시민공론화위원회의 숙의 결과를 오 시장이 수용하면서 논란이 일단락된 셈이다. 오 시장의 지시로 공사가 일시 중단된 오페라하우스 건립 여부는 아직 안갯속이다. 다만 당초 시민공론에 부치기로 했다가 이를 철회, 각계 의견을 듣고 오 시장이 최종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시민 의견도 중요하지만 공론화에 대한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오 시장이 한 발 물러선 모양새인 만큼 BRT처럼 공사를 재개하리라는 관측도 없지 않다.

두 사업의 재개 여부는 지역사회에서 중요한 사안이지만 논란이 적지 않았던 것도 분명하다. 따라서 그 결론이 어떻든 재검토 여부를 두고 시민 의견을 충분히 듣겠다는 자세는 바람직하다. 물론 BRT처럼 공론화위 등에 책임을 떠넘긴다는 지적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그마저도 없이 전임 시장의 정책이라며 손바닥 뒤집듯 일방적으로 폐기하는 것이야말로 전형적인 과거 흔적 지우기라고 할 수 있다. 일견 혼선으로 비춰질 수도 있겠지만 다각적인 검토 없이 정책 방향을 바꾸는 것보다야 백번 나은 것이다.

다만 이와 별개로 아쉬운 부분도 없지 않다. 부산형 복지정책으로 전임 시장이 역점적으로 추진했던 이른바 ‘다복동(다함께 행복한 동네)’ 사업과 관련해서다. 주요 건설사업이 아니었던 까닭에 그다지 주목받지 않았지만 이 정책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최근 부산시가 다복동 사업의 새 명칭을 이달 말까지 공모키로 했기 때문이다. 부산시는 명칭만 바꿀 뿐 주요 사업은 큰 변화 없이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오 시장 취임 이후 다복동 사업이 폐기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 목소리가 일각에서 조금씩 제기됐다. 전담부서인 추진단이 해체된 데다 관련 사업 인력 충원 계획도 없었으니 그럴 만했다. 자연스레 이 또한 전임 시장 흔적 지우기라는 말이 흘러 나왔다.

이 사업과 관련해 아직 구체적인 방침이 나오지 않은 만큼 섣부른 우려일 수도 있겠다. 물론 다복동 사업 또한 완벽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다복동 사업은 지역사회의 저소득층에 밀착한 맞춤형 복지정책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민관이 함께 이웃을 보살피는 것을 핵심으로 하며 마을과 주거, 에너지, 문화, 교육 등 우리 생활 전반에 걸쳐 복지 영역을 확장해 국내외 각종 평가에서도 수상하는 등 주목을 받은 정책으로 꼽힌다. 이처럼 주민 생활과 밀접한 다복동 사업이 BRT와 오페라하우스 사업처럼 제대로 된 검토 없이 슬그머니 힘이 빠지는 건 아닌지 우려가 없지 않다.

특히 다복동 사업은 앞선 두 사업과 몇 가지 면에서 차이가 있다. 우선 BRT와 오페라하우스 사업은 시행 초기부터 찬반이 팽팽이 맞서는 등 논란이 많은 사안이었다. BRT는 도로 폭이 좁은 부산의 지형에 맞는지부터 많은 예산을 들인 만큼의 대중교통 활성화 효과가 있는지까지 반대 의견도 컸다. 북항 오페라하우스 또한 굳이 비싼 돈을 써 가며 비슷한 시설과 중복투자를 할 필요가 있는지 등을 두고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반면 다복동 사업은 이들 사업과 달리 평가가 대체적으로 무난했다. 대규모 건설사업과 행정사업을 일률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긴 하다. 그렇다 해도 적어도 크게 반발이 없는 사업에 메스를 댈 필요가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아울러 건설사업이야 다소의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수정을 하면 그만이지만 다복동과 같은 행정사업은 방향을 틀 경우 적지 않은 문제를 야기한다. 예산은 별개로 하더라도 이미 개편된 조직체계 등을 다시 손질해야 하는 등 행정력 낭비가 크다. 밖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이지 어찌보면 더 심각한 사안일 수도 있다.

이름만 새로 공모할 뿐이라는 말도 군색해 보인다. 주요 내용을 큰 틀에서 유지하겠다면서 사업 명칭을 바꿀 이유가 별로 없어보이기 때문이다. 이름이라도 바꿔 전임 시장의 흔적을 조금이라도 없애보겠다는 의도라면 그 또한 문제다. 오 시장은 취임사에서 ‘시민 행복’을 유독 강조했다. 그렇다면 ‘다함께 행복한 동네’를 지향하는 다복동 사업이야말로 시민 행복을 향해 가는 첫걸음이 아닐까 싶다.

논설실장 jjk@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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